일터에서 먹고, 자다, 다치고, 죽는…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입력 202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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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주(민) 노동자] 6-2. 이방인을 보는 두 시각

역갑질에도 여전히 을…국민 63.8% “이주노동자 인권 존중 받지 못해”
이주노동자들 “노동권 보장을 위해선 사업장 변경의 자유 요구”

▲2016년 3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한 캄보디아 국적의 누온 속행(당시 31) 씨는 2020년 12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속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취업 비자가 만료돼 3주 뒤 고국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그녀의 숙소에서는 캄보디아 프롬펜행 항공권 예약증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돈을 벌러 온 사람들이지 기계가 아닙니다.”

일부 이주노동자들의 ‘역갑질’이 있지만 여전히 이들은 을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보다 존중되지 못했고,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와 차별적 태도를 보인다고 인식했다.

지난달 18일 이주노동자와 노동단체들이 22주년을 맞이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해 광화문 거리로 나섰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전 세계 모든 이주노동자와 가족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이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유엔(UN)이 12월 18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과 민주노총은 기념대회를 열고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며 “전체 이주민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과 노동계는 임금체납, 강제노동, 산업재해, 정주여건 문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복합 문제에도 해결할 대책이 없다는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제조업과 농어촌 일손이 부족하다며 각종 인력공급정책을 늘어놓지만 정작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이주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취급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인권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민의 인권이 존중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6.2%였다.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을이라는 인식인 것이다. 이는 다른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여성,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보다 낮은 수치다. 우리 사회에서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 집단에선 경제적 빈곤층, 장애인에 이어 세 번째로 결혼이주민·이주노동자라고 응답했다.

▲12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국민 54.1%는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해 혐오와 차별적 태도를 보인다고 인식했다. 이주민이 한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응답은 58.9%를 차지했다. 다만,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차별 정도가 심하다는 응답은 31.9%로 상대적으로 차별의 심각도에 대한 인식은 낮게 나타났다.

이주민에게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할 권리는 최저임금이라는 응답이 47.8%로 가장 높았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정당한 보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공정하고 건강하며 존엄성을 보장받는 환경에서 일할 권리(41.2%), 강제노동을 당하지 않고, 직업을 선택할 자유(37.9%) 등 주로 노동권 보장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집회에 나선 섹 알 마문 이주노조 부위원장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25만 원, 많게는 40만 원씩 내가면서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 안에서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곳에서 살고 있다”며 가장 먼저 우리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숙소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이주노동자 노조 더욱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힘으로 보여주면서 권리를 쟁취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 보장을 위해선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요구했다. 또 모든 이주민,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숙식비 강제징수지침 폐기 △농·축산·어업 차별하는 근로기준법 63조 폐기 △퇴직금 국내 지급 △이주여성 차별·폭력 중단 △이주노동자 산재예방 대책 마련 △미등록 노동자 강제단속 중단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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