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도박 범죄 급증…법원 “불법 도박사이트, 사회적 폐해 커”

입력 2023-01-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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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토토’ 유사한 도박사이트 운영…‘별풍선’ 판돈 걸고 룰렛도

불법 도박 규모 82조원
20·30세대 66.4% 달해
도박중독자 200만명 상회

(출처 = 픽사베이)

요즘 우리 사회는 돈에 완전히 경도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도 어떻게 하면 돈을 모으고, 버느냐는 얘기를 하고 있고요. 이 사회가 어떻게 하든 돈만 벌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흐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이 책을 쓰게 됐죠.

소설가 김진명이 2004년에 책 ‘도박사’를 펴내면서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도박이라는 구덩이에서 많은 사람이 구출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 강민호 판사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개장)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 씨 등 6명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스포츠토토’와 비슷한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범행 수익금을 나눠 갖기로 하는 등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 이 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임자 역할을 했다.

이 씨 등은 국내외 각종 스포츠 경기의 승패를 예측해 ‘승무패’ 등의 형태로 게임포인트를 걸게 한 다음, 경기 종료 후 결과를 적중시킨 회원들에게는 배당률을 곱한 게임포인트를 지급하는 반면 적중시키지 못한 회원들이 베팅한 게임포인트를 몰수하는 방법으로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강 판사는 “불법 도박사이트는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하고 그로 인해 도박 중독이나 도박 자금 조달을 위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하는 것으로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역할 분담을 통해 조직적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운영했을 뿐 아니라 그 운영 규모도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씨에 대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해 장기간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상당한 이익을 얻은 점, 자신의 동생들과 다른 피고인들을 범행에 가담하게 했다”며 “징역 2년 2개월에 3억3000여만 원을 추징한다”고 판시했다.

▲ 별풍선 걸고 룰렛 게임 진행하는 인터넷 BJ. (연합뉴스)

지난 4일에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도박공간으로 악용한 프로그램 진행자 A 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2020년 12월부터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화폐로의 전환이 가능한 ‘별풍선’을 판돈 삼아 룰렛(Roulette) 도박을 진행한 혐의(도박공간 개설)를 받는다. A 씨는 룰렛에 당첨된 시청자들에게 순금,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A 씨는 시청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해 시청자 수를 늘려 1700만 원 상당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불법 도박 규모는 82조 원이다. 관련 범죄로 검거된 인원만 3104명인데, 이 가운데 청년층인 20·30세대가 66.4%에 달한다. 같은 해 통계청 등이 발표한 자료를 봐도 도박중독자가 200만 명을 웃돈다.

특히 인터넷 방송을 악용한 도박행위 신고는 2020년 19건에서 지난해 71건으로 2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주요 시청자층인 10대가 도박에 중독되는 사례는 2017년 39명에서 2021년 127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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