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휘발유 도매가 공개 추진에 석유업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영업비밀인 지역·판매대상별 판매가격을 공개하면 출혈경쟁이나 담합 등 시장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개정안은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등 판매가격을 대리점·주유소 등 판매 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유사 간 경쟁 촉진으로 국내 석유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공개 범위는 각 정유사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이다. 보고 범위는 전국 판매량·매출액·매출단가다. 석유 가격 공개 범위 확대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한 차례 논의됐지만 정유사들의 반발로 2011년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인하분이 석유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정유사·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이달 말 총리실 규제심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반시장적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석유 3단체는 “경쟁을 통한 가격정보 투명화 및 하향 안정 취지와는 달리 경쟁사의 가격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오히려 경쟁제한이나 가격의 상향 동조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공개가 확대되면 정유사가 경쟁사의 가격 패턴을 분석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린 가격에 맞추는 동조화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석유업계는 주장했다. 또 가격이 다른 공급자에게 제공되면 사실상 정보교환이 가능해져 가격담합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류세 인하분의 경우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모두 반영됐다고도 주장했다. 정부가 유류세를 3차례 인하함에 따라 정유사도 인하분을 즉각 공급가에 100% 반영했고 정부의 점검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의 도매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기름을 살 때 도매가를 모르는데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위해 최소한 지역별로 판매되는 평균 도매가는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