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형GA 재개 서둘러야" 지적
흥국생명의 제판(상품 제조ㆍ판매) 분리가 시급해 보인다. 경쟁사 제판분리 가속화에 흥국생명의 설계사 이탈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도 어느 정도 극복한 만큼 영업력 회복도 하루빨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흥국생명의 설계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의 지난해 10월 기준 전속설계사는 17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077명)보다 300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HK금융서비스(가칭)' 신청을 자진 철회하면서 설계사들의 이탈이 심화해 현재는 150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9월 자회사형GA 인가 신청을 했다가 같은 해 11월 스스로 철회했다. 콜옵션 미행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이다. 당국 안팎에서 흥국생명이 현 상황에서 GA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흥국생명은 자회사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해체하고, 자회사 TF 추진 단장이었던 신용준 단장을 최근 배구 단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미 제판분리 후 영업에 고삐를 죄고 있는 타 생보사 들과 비교해 계속해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일 대형 GA 피플라이프를 인수 완료하면서 소속된 설계조직의 규모는 2만 명을 웃돌게 됐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재해보험을 새해 첫 신상품으로 출시하고, 종신보험에는 사상 최대 시책을 내거는 등 공격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자회사형GA 설립을 더 원하는 상황"이라며 "자사 상품만 팔 수 있는 것 보다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의 9월 말 기준 RBC 비율은 154.4%로 당국 권고치(150%)를 넘겼고, 12월 말 기준은 여유 있게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형GA를 신청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췄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2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해 재무건전성 걱정을 덜었다. 앞서 시장에서는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 후 건전성 감독규제 기준에 충족하는 데 필요한 자금 규모가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채권금리 하락으로 시가로 평가한 채권 자산 규모가 늘어 필요한 자금 수요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콜옵션 사태 당시에는 모두가 처음 있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정무적인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영업력 회복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회사형GA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