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통신자료조회’로 촉발된 사후통지 법적 근거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공수처와 달리 연간 500만 건을 조회하는 검‧경은 사후통지의 주체를 통신기관에 미루는 상황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검찰, 경찰, 공수처 등에서 논의 중인 통신자료수집 사후통지 방안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21일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통신자료수집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후통지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까지 이를 보완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입법해야 한다. 정부와 검‧경,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통신자료 수집 사후통지’ 실무진 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모여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수사기관들은 상당 부분에 뜻을 모았다. 다만, ‘통지 주체’를 수사기관으로 할지, 통신사업자로 할지를 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 검찰과 경찰은 통신자료수집 통신사업자가 통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사기관이 통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통신자료수집 통지 주체를 통신 사업자에 떠미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간 약 500만 건을 조회하는 수사기관이 매번 이를 통지하는 데에 업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공수처와는 사정이 다르다. 공수처의 통신자료수집 규모는 다른 수사기관에 비해 워낙 건수가 적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각 기관별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검찰 55만9774건, 경찰 149만4927건, 공수처 23건 등이다. 그렇다보니 공수처는 통지 주체 논의 과정에서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공수처의 일반인‧정치인 통신자료수집을 계기로 개정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맞지만, 검‧경 통신자료수집에 대한 논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통신자료수집 사후통지절차 역시 2016년부터 시민단체에서 검찰과 경찰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를 지적하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것이다.
이밖에 모호한 용어도 명확히 정리한다. 그간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두고 혼선이 있었는데, 통신자료를 ‘통신이용자정보’로 바꾸어 개념을 확실히 한다.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통지를 6개월 미루는 내용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6+6개월’, 총 두 차례 유예할 수 있는 안도 제안됐으나 한 차례 유예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