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통령, 31일까지 연방 안보 개입 선언
헤알화 가치 1.8%·GDP 0.7% 위축 전망
바이든 “터무니없는 행동” 규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 명은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브라질 연방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을 점거했다. 이들은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어 집기류를 이용해 건물 유리를 박살 내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 인근에 있는 대통령궁과 대법원으로 몰려가 창문을 깨고 난입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위자들의 최초 난입 신고가 들어온 지 약 3시간 후에야 보안군이 3개 건물에 있는 시위대를 모두 제압했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브라질 국기를 몸에 휘감거나 노란색이나 노란색과 초록색 국기 색 옷을 맞춰 입었다.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다수였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경찰에 의해 구금된 인원은 400명에 달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시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달 31일까지 브라질리아에 대한 연방 안보 개입을 선언했다. 룰라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신도적인 나치와 스탈린주의자, 파시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위대는 브라질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을 했다”면서 “이번 시위에 가담한 사람 모두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상파울루주 아라라콰라를 방문 중이어서, 브라질리아에서 시위대와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주요 외신들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에 난입했던 사건과 똑같은 일이 브라질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좌파’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 기간에도 전자투표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으며, 선거가 끝난 후에도 대선 결과를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대선 이후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서 진을 치며 룰라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촉구해왔다. 지난달 24일에는 브라질리아에서 폭발물 설치 혐의로 체포되는 지지자도 있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브라질을 떠나 지난 1일 진행된 룰라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현재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평화적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지만, 오늘 일어난 것과 같은 공공건물 파괴와 침입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배후설에 선을 그었다.
브라질 당국은 이번 난입 사태 배후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면서 브라질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브라질 통화 헤알화 가치와 증시가 각각 1.8%, 3% 떨어지고, 국내총생산(GDP)은 0.7% 위축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각국 정상들의 규탄도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칠레와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 대통령들도 룰라 대통령과 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