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노사 법치'…근로시간 개편도 예정대로
고용노동부가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노사 법치’를 내걸었다. 핵심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와 불법 파업 근절이다. 주된 타깃은 양대 노동조합총연맹(한국·민주노총)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방향의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 장관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과 합동브리핑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고 노동의 가치가 진정으로 존중될 수 있도록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하고, 3월 중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특히 3분기 중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다음 달 공시 대상·항목·절차 등을 담은 입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8일 사전브리핑에서 “지금은 법적 근거가 강행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일부터 고용부 홈페이지 내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불공정 채용, 직장내 괴롭힘 등 5대 불법·부조리가 신고 대상이다. 포괄임금과 관련해선 2월 중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상습적 임금체불에 대해선 1분기 내 신용제재·정부지원 사업 제한 등 제재 강화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시간제도 개편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초과근로 관리단위를 주 단위에서 연 단위까지로 환화하고,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대상 3개월로 확대한다. 또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 절차와 권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사업장 내에서 특정 직군·직종 근로자가 근로시간 제도 등 자신에게 맞는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부분 근로자대표제도를 도입한다.
대부분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사항이다. 기존과 달라진 게 있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선 중대재해 감축, 지난해 업무보고에선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올해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권 차관은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가 1번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체계적으로 정리한 순서이고, 전체적으로 근로시간·임금제도를 개편하고 중대재해를 감축하겠다는 의지는 당연히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다.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등 핵심 정책과제는 대부분 노동관계법 개정사항인데, 야권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부분 근로자대표제도의 경우, ‘노조 힘 빼기’란 비판을 받는다. 다만 권 차관은 “정치적으로 여소야대 국면이기도 하고 노동계의 반대도 있긴 하지만, 국민적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며 “잘 설득해 나간다면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노동개혁 입법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고용부는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취약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위험성평가를 핵심 예방수단으로 확립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관련해선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해 원·하청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정책 개선방안 등을 논의한다. 다음 달에는 조선업 ‘상생협력 실천협약’ 체결을 통해 상생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