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혐의로 관급공사 입찰 참여가 어려워지자 3400억 원대 대형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금품을 건네는 등 입찰 비리를 주도한 건설사 전직 임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의사표시와 뇌물공여약속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5년부터 2018년 1월까지 P건설 상무보 등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했다. 그는 2017년 P건설이 울산신항 남방파제 2-2공구 축조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중앙건설심의위원회 항만 분야 심의위원 B 씨에게 금품 제공을 시도했다. A 씨는 B 씨가 설계 심의위원으로 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거마비를 주면서 잘 부탁해보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고, 현금이 든 봉투를 건넸지만 B 씨는 거절했다.
당시 P건설은 2015년부터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대규모 관급공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매출이 줄어들자 인원 감축 등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해당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다른 공사 수주도 실패하는 등 2017년 상반기 관급공사 일괄입찰에서 한 건도 수주를 받지 못했다.
이 시기 울산지방해양수산청은 울산신항 남방파제 2-2공구 공사를 일괄입찰로 발주했다. 일괄입찰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선정하지만 대체로 설계점수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된다. 울산신항 남방파제 2-2공구 공사는 울주군 해상에 1300m 길이 방파제를 축조하는 관급공사로 73개월간 342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A 씨는 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항만 분야 심의위원들과 발주처 관계자들에게 홍보품 전달, 식사, 골프장 접대 등 영업활동을 이어나갔다. B 씨에게도 높은 점수를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A 씨 부하직원은 1억 원을 건네며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B 씨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부탁이 수차례 이어지자 B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C사도 여러 번 도와달라고 했는데 한 번도 못 도와줬다"며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C사가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P건설은 해당 공사 수주를 받기 위해 C사와 하도급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적정이윤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각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공사를 수주하고 C사가 견적서에 과도한 액수를 기재하자 하도급 계약을 맺지 않았다.
A, B 씨는 각각 뇌물공여의사표시ㆍ뇌물공여약속과 제3자뇌물약속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 부장판사는 "A는 설계적격 여부에 유리한 평가를 받고자 공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B는 국토부 위원으로 설계적격 여부 평가를 담당했는데 경쟁 입찰업체 중 하나인 P건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서 제3자에 대한 뇌물공여를 약속했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B가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