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플랫폼 '한도규제' 묶여..."적정수준 논의 필요"

입력 2023-01-11 15:41수정 2023-01-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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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특성 달라 조각투자 플랫폼 투자 한도도 제각각
P2P, 과거 거래 기반 등 고려해 투자 한도 설정돼
“투자자 보호 위한 한도 설정 바람직하나 적절한 금액 수준은 논의해봐야”

주식을 환매해 3000만 원을 손에 쥔 직장인 박모 씨(33)는 음악 저작권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서다. 플랫폼이 대중가요의 저작권을 사들인 다음에, 여기서 나온 저작료를 받을 권리를 쪼개서 개인들에게 파는 구조다. 박 씨는 “최근 주식 가격 변동이 심해져 피로감이 커졌다. 저작권료 청구권을 수시로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갖게 됐다”고 했다.

소·도심 빌딩·음악저작권 등에 지분을 나누어 투자하는 ‘조각투자’ 시장이 개미 투자자의 자산 증식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증권 등 금융사들은 ‘조각투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나 내부통제 시스템이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들이 많아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투자 한도 확대나 폐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조각투자’의 문 활짝

조각투자는 시장은 더 넓어지고, 커질 전망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은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내년 국내 소비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전략적 소비자를 가리키는 ‘체리슈머’의 등장을 꼽았다. 체리슈머들의 대표 소비 전략 중 하나는 공동구매다. 조각투자도 이른바 공동구매의 성격이다.

금융당국도 조각투자를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고 있는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조각 투자·증권형 토큰 등 새로운 투자수단과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율체계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각투자 증권은 금융당국이조각투자 상품 가운데 종이매체, 분산장부상 토큰 등 형식에 관계없이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판단한 신종 증권이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에서 증권으로 판단한 조각투자 상품은 음원 저작권·부동산·한우·미술품 등 4개 실물자산을 기초로 뮤직카우, 카사코리아 등 약 10여 개 업체에서 발행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부동산 등을 작은 단위로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 증권’의 투자자 예치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5000만 원까지 보호한다.

문제는 투자 한도를 묶은 규제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의 경우 소득 적격투자자는 1년에 최고 4000만 원, 일반 투자자는 같은 기간 20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조각투자 플랫폼 ‘뮤직카우’는 1년에 소득 적격투자자 3000만 원, 일반 투자자 1000만 원이다. 동일 종목 투자 한도는 소득 적격투자자 1000만 원, 일반 투자자는 300만 원이다.

현재 제재가 보류된 5개의 조각투자 플랫폼(스탁키퍼, 테사,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도 최종 제재 면제를 받기 위해선 투자 한도를 걸 가능성이 크다.

업계, 투자한도 확대 필요

조각투자 플랫폼과 투자자들은 투자 한도 확대나 폐지를 바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플랫폼별로 투자자가 1년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설정했으나, 현재 이 투자 한도의 상향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 앞서 금융당국은 업체가 다루는 상품의 성격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달리 정했다. 건물을 취급하는 업체와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을 다루는 업체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투자 한도 수준을 정할 때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과 과거 조각투자 플랫폼의 전례 등을 살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제5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일반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기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조각투자 플랫폼은) 지정 부가조건으로 (투자 한도를) 받은 것”이라며 “P2P가 (투자 한도를) 올린다고 해서 (조각투자 플랫폼도) 올릴 수는 없고, (한도를 올리려면) 수정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P2P 등 제반의 여건을 고려해 조각투자 플랫폼의 투자 한도가 만들어졌으나 현재로써는 P2P처럼 투자 한도를 올리는 건 힘들다는 뜻에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투자 한도라는) 캡을 씌워서 투자자들의 투기적 성향과 위험 확산을 막으려는 취지라 (한도 설정은) 문제는 없다”며“다만 (한도가) 얼마가 적정한지는 향후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조각투자’에서 먹거리 찾는 금융권

금융권 등에서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며 협업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 ‘카사’와 손을 잡았다. 키움증권은 금융위의 투자자 보호 원칙에 근거해 카사 거래소 내 투자자 명의의 계좌 개설·관리 등을 총괄한다. NH투자증권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를 운영하는 투게더아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NH투자증권은 투게더아트의 투자계약증권 신고서 작성을 지원하고, 고객 예치금의 안전한 관리가 가능한 투자자 계좌 연동을 담당하게 된다. 정중락 NH투자증권 WM디지털사업부 총괄대표는 “장기적으로 투게더아트와 증권 인수 등 협업을 확대해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빌딩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문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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