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랐다. 채솟값부터 가공식품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며 서민들의 명절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차례상과 손님맞이 음식 장만 비용에 세뱃돈까지 부담이다. 올해 설 명절을 알뜰하게 보낼 수 있는 ‘슬기로운 설 소비생활’ 꿀팁을 소개한다.
1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설을 맞이해 이달 2~3일 양일간 서울 25개 구의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백화점 12곳, 대형마트 25곳, SSM(기업형 슈퍼마켓) 18곳, 일반 슈퍼마켓 19곳, 전통시장 16곳)등에서 설 제수용품(차례상)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평균 구입 비용은 4인 기준 29만4338원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이 평균 24만488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슈퍼마켓이 24만4763원, 대형마트 28만4818원, 백화점 46만8084원 순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값을 치르기엔 아쉽다. 전통시장에서는 온누리 상품권을 구입하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현금으로 5%(지류)~10%(모바일·충전식 카드형) 할인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서울시는 13일부터 24일까지 ‘설 명절 특별이벤트’를 통해 서울 광장시장과 경동시장 등 108곳의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5~30% 할인한다. 아울러 18일과 19일 양일간 서울사랑상품권도 7% 할인해 판매한다. 해양수산부도 14일부터 21일까지 마포농수산물시장, 신영시장,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수산물 구매시 구매금액의 30%(최대 2만 원)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대표 할인 공략법은 신용카드 제휴 프로모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롯데백화점은 1월 내내 롯데카드로 결제시 5% 에누리와 5만 원 이상시 2~3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이마트는 삼성카드와 BC카드 등 행사카드 결제시 최대 40% 할인과 행사카드 결제 금액대별로 최대 50만 원 상품권을 증정한다. 농협(1월 13~15일)과 홈플러스(1월 12~21일), 롯데마트(1월 19~21일)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손잡고 한우를 최대 50% 할인해 판다.
제수용품만 산다고 해서 차례상이 ‘뚝딱’ 차려지는 것은 아니다. 음식을 일일이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싶으면, 배달 차례상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울 지역 반찬가게에서는 4인 가족 기준 차례상은 통상 20~30만 원대에 판다. 대부분은 전화나 매장에서 주문을 받고 설 전날 직접 수령이나 배달로 받을 수 있다. 동원디어푸드는 ‘프리미엄 차례상(25만 원)’과 ‘간편 차례상(12만 원)’을 18일까지 주문 예약을 받아 21일 새벽에 일괄 배송한다.
온라인 배달 전문점도 있다. 전통 제례음식 전문점 이화원에서는 2~3인용 설 차례상을 25만 원에, 5인용은 30만 원, 10인용은 39만 원에 주문을 받는다. 다례원은 2~3인분은 27만 원, 4~5인분은 34만 원, 10~12인분은 39만 원에 판다.
호텔 차례상은 가격대가 높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레스토랑 그랜드키친은 설을 맞아 120만 원짜리 ‘셰프 특선 차례상’을 판다. 여기에는 국내산 굴비구이 3마리(27㎝ 이상), 한우 육전 10장, 국내산 도미전 10장, 국내산 삼색 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미국산 소갈비찜 2㎏ 등이 포함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에 직접 수령하거나 배달도 된다.
비용을 크게 낮추고 싶다면 간편식(HMR) 제수용도 있다. 피코크 오색잔치잡채 (610g, 8480원)와 피코크 순희네 빈대떡(400g, 8980원), 피코크 떡국떡(1.4㎏, 4480원)를 비롯해 키친델리 명절 6종 나물(360g, 9980원) 등 이마트 추천 제수용 간편식으로 차례상을 차리면 비용은 8만7600원에 불과하다. 현대그린푸드에서도 육전(200g, 1만 3770원)과 ‘시금치 나물(100g, 4250원)’, 사골떡국(2인분, 1만890원) 등을 판다. 이달 17일까지는 상품별로 5~25% 할인도 한다.
주부들의 걱정은 차례상이 끝이 아니다. 친지들의 먹거리는 또 다른 고민꺼리다. 하지만 소규모 가족 단위로 설날을 지내는 가정이 늘면서 명절 가족 상차림도 전화 한통이면 충분한 시대가 됐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 씨는 “대가족이 아니라 명절마다 상차리기가 애매했는데, 수년 전부터 백화점 상차림을 이용하니 가격도 오히려 저렴하고 신경도 쓴 것 같아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가 2021년 선보인 명절 상차림은 매년 두자릿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소고기산적과 부세구이, 가오리무침, 삼색나물 등의 구성을 갖춘 ‘시화당 명절 상차림 세트(25만 원)’를 내놨다. 전복 요리 등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4단 구성의 명절 음식 세트는 60만 원이다. 백화점에서 예약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퀵 서비스로 배송된다. 롯데백화점은 라운드7을 통해 소갈비찜,전 7종, 나물 5종 및 양념게장떡국 등 으로 구성된 5~6인용 ‘특선 명절 상차림1호(19만8000원)’를 판다. 롯데온으로 예약 가능하며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 있다.
호텔들도 빠질 수 없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한우 불고기, 소고기 갈비찜 등으로 구성된 ‘JW 명절 투 고(49만 원)’를 내놨고, 메이필드호텔 서울의 한정식당 봉래헌은 설 상차림 ‘세찬(65만 원)’을 선보인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 플라자는 ‘명절 투 고(55만 원)’를,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는 19만 원대 A박스와 29만 원대 B박스로 구성된 ‘설 고메박스’를 내놨다.
명절 선물과 제수용품을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통상 정상가의 10~30% 싸게 파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명절 선물 사전 예약 판매가 꼽히지만 이달 초에 모두 끝났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설에는 정부가 이달초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성수품 공급을 평소보다 1.5배로 늘리면서 유통업계도 명절 직전 대규모 프로모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2일부터 LA갈비와 한우 국거리·불고기와 딸기, 초밥, 치킨 등을 최대 20% 할인하고, 활전복, 생참돔 등 가족 먹거리를 신세계 포인트 적립시 최대 4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2023 대한민국 수산대전’을 통해 전복과 굴비, 문어, 오징어 등 명절 인기 수산물을 최대 50%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홈플러스는 ‘간편한 설날밥상’ 기획전을 통해 모둠전을 9900원에 팔고, 간편식을 10% 할인한다.
제조사들의 자사몰도 알뜰 구매처로 인기가 높다. 식품업체들은 최근 자사몰 사업에 집중하며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은 설 선물 특별 대전을 통해 최대 43% 할인하고, 총 2%의 더블적립 이벤트를 진행한다. ‘스팸 선물세트’와 ‘특별한선택’, ‘구증구포 흑삼진 스틱 세트’ 등을 업계 최저가로 판다. 오뚜기몰은 1월 한달 최대 30% 할인 쿠폰을 제공하고, hy의 온라인몰 프레딧은 이달 말까지 최대 50%할인 판매한다. 정관장몰도 이달 25일까지 프로모션에 나선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몰에서는 묶음 할인이나 쿠폰 할인, 자사상품 세트 구성 등을 잘 활용하면 저렴하게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불황과 고물가에 높아진 장바구니 부담이 차례상 간소화 분위기가 맞물리며 명절을 간단하게 지내려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보다 간편하고,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명절 문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