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upyks@naver.com
영국 대처 전 총리의 노동개혁 사례를 보자. 1979년 총리가 된 대처는 ‘작은 정부, 친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국가경제구조를 완전히 뒤바꾸는 개혁에 돌입했다. 개혁 내용에는 노조 무력화 정책을 비롯해 공기업 민영화, 규제 철폐, 재정지출 축소 등 이전까지 거리를 두었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정책이 대거 담겨 있었다. 노동조합과 좌파학자들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대처의 지지율은 한때 25%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대처는 ‘병든 영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개혁을 밀어붙였고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면서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대처의 노동개혁은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했고 좌파정당인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중도실용주의인 ‘제3의 길’로 노선을 바꾸도록 만드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독일 슈뢰더 전 총리가 추진한 하르츠개혁은 경제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정치적으론 타격을 받았던 사례로 회자된다. 하지만 내용을 좀더 뜯어보면 정권을 내준 주요 요인은 개혁의 후유증이라기보다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한 실정 때문으로 보인다. 슈뢰더는 보수 기민당의 16년 장기집권에 이어 1998년에 총리에 올랐다. 통독 이후 독일경제가 무척 안 좋고 실업률도 매우 높을 때였다.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증에 경제난까지 겹치자 국민들은 좌파 사민당을 선택한 것이다. 이때 슈뢰더는 위기에 처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복지와 분배를 중시하는 케인즈주의 대신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노선을 바꾸어 나갔다. 1999년 ‘제3의 길’ 주창자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함께 복지, 분배정책을 수술하고 시장경제정책을 대폭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유럽 사민주의가 나아갈 길’이란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사민당의 중도노선 전환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추진했던 하르츠개혁은 경제가 살아나지 않은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기민당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대거 개혁에 포함해 경제를 살리려 했지만 높은 실업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슈뢰더는 2005년 총선에서 총리 자리를 기민당의 메르켈에게 넘겨줘야 했다. 하르츠개혁은 메르켈이 들어선 이후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률을 높이면서 뒤늦게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볼 때 사민당이 기민당에 정권을 넘겨준 주요 요인은 하르츠개혁에 대한 피로증이라기보다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역시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조의 권한 축소, 고용 유연화, 실업수당 축소, 정년연장 등의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저항으로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국민들에게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하고 호소하면서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이 정치적 지지기반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일관성 있고 진정성 있게 추진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며 노동계의 거센 저항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수 정당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