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우스워?”…특례보금자리론에 “건설사·영끌특례론” 불만 나오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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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롭게 출시하는 정책 대출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은 기대했던 것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안심전환대출의 예상 밖 흥행 부진에 특례보금자리론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출시도 되기 전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금리 때문이다. 정부는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저 3.7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 시중은행의 주택금리보단 저렴하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신혼부부 우대금리 소득 조건이 7000만 원 이하’로 웬만한 맞벌이 부부는 그림의 떡이다. 실수요자들은 ‘정부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주택 매수를 권하고 있다’, ‘낮지 않은 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을 장려한다’고 비판한다.

기대 속 특례보금자리론 출시했지만…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주택 구매나 ‘대출 갈아타기’가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30일 출시된다. 최대 관심사였던 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연 4%대로 책정됐지만, 소득이나 신혼 가구 등 일정 우대 조건 충족 시 3%대 중후반도 가능하다. 금리 인상기에 시중금리보다 0.4~0.9%포인트(p) 저렴한 고정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기존 정책 모기지보다 지원 대상을 크게 넓힌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기존 보금자리론(소득 7000만 원 이하)과 달리 소득 요건이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가격 상한은 기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늘렸으며, 대출 한도는 3억6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현재 1억 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DSR 40%’ 규제가 적용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이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생애 최초 구매자 80%), 60%가 적용된다.

▲4%대 후반의 금리를 30년 간 빌리면 원금에 육박하는 이자를 내야한다.(게티이미지뱅크)

30년 상환ㆍ4.75% 금리면…이자만 원금의 두 배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하면 3.75%로 매력적이지만, 조건이 안 맞으면 4%대 후반대까지 올라간다.

실제로 저소득청년이나 사회적배려층, 미분양주택 우대금리 혜택을 받는 수는 극히 제한적이다. 3% 후반 금리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 기본 금리 4.85%에 비대면 가입 우대 금리 0.1%포인트를 적용하면 4.75%가 된다. 원래 있던 정책상품인 보금자리론이 기본 4.95%에 비대면 가입 우대 금리 혜택을 합해 총 4.85%다.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4.75% 금리는 어떤 수준일까. 최근 서울 이사 집을 알아보는 직장인 김 씨(35)는 7호선 인근 A 아파트에서 사는 게 꿈이지만, 이 집의 저층 83A타입(전용 59㎡)의 매매 호가는 최저 10억 원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 지역을 조정해 신도림역 인근 B 아파트 80타입(전용 59㎡)의 22층 매물의 최저 호가는 7억 원으로 특례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 예비신랑과 모은 돈은 2억5000만 원 정도다. 생애 최초 구매로 LTV가 80%까지 가능해 4억5000만 원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둘의 연 소득이 7000만 원을 넘어 신혼 가구 0.2%포인트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4억5000만 원을 4.75%의 금리로 30년 만기 상환 조건으로 대출하면,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234만7413원이다. 30년간 상환하는 총 이자는 3억9506만 원으로 원금의 두 배에 가깝다.

합산 연봉이 9000만 원 정도라면 DTI도 31%로 충분하다. 그러나 자녀가 생기면 얘기가 달라진다. 외벌이로 바뀐 후 예비신랑의 연봉 5000만 원 기준 DTI는 56%로 급상승한다. 한도 60%보다 낮지만 소득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원리금으로 갚기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김 씨는 “금리가 저렴하게 나올 것이라고 기다리던 주변 친구들이 모두 실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우대 혜택이 없는 이들에게 기존 정책대출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가계 소득에서 주거 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이 25%를 넘으면 빈곤층이라고 보는 게 슈바베 지수다. 그러나 미국 주거 관련 연구기관은 30% 이하를 적정선으로 봤다.(게티이미지뱅크)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적극 이용해야”

결혼을 앞두거나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사실상 기존 보금자리론보다 0.1%p 낮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혜택은 도움이 된다.

4.75%가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닌 만큼 김 씨의 경우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시기에 최대한 많이 갚아 부담을 줄이는 게 좋다. 현행 보금자리론은 3년 이내에 갚는 원금에 대해선 0.9%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3년 이후엔 면제된다.

가입 초기 3년 동안 1억 원 정도 더 갚아 잔여 대출금을 2억6549만 원으로 줄이면, 상환 원리금은 145만 원으로 줄어든다. 외벌이로 바뀐다 해도 DTI가 34%로 낮아져 소득 대비 상환액의 비중을 맞벌이 때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DTI 34%는 국제적인 기준에선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가계 소득 대비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슈바베 지수’라고 한다. 고소득층일수록 낮고, 저소득층일수록 높다. 이 지수가 25%를 넘으면 빈곤층에 속한다고 본다. 엥겔지수와 함께 빈곤의 척도를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주거비는 집세, 상하수도비, 냉난방비, 주택 유지·수선비, 주택 관리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2007년 9.7%였던 우리나라는 2009년 9.8%, 2010~2011년 10.1%, 2012년 10.4%로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평균 월세 지출액은 슈바베 지수 빈곤 기준에 거의 근접한다. 미국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 세입자들의 소득 대비 월세 부담률은 26.4%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5.7%)보다 0.7%p 상승한 수치다.

25%를 넘지만, 크게 초과한 것은 아니다. 미 주택 및 도시 개발부(HUD)는 가구소득 대비 월 주거비용 비율이 30% 이상이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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