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활동 복귀...희망·우려 교차하는 신흥국 자산시장

입력 2023-01-16 14:39수정 2023-01-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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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식·위안화·채권, 연초 랠리
MSCI신흥국통화지수, 2.6% 상승...1990년대 이후 최고
“한국·대만 등 중국 수요 증가 최대 수혜자 될 것”
인플레 장기화 우려, 연준 피벗 걸림돌 가능성

▲MSCI신흥국통화지수 연초 변동률 추이. 단위 %. 2023년 2.6%. 출처 블룸버그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끌어내린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중국이 보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 심리가 살아난 신흥시장에는 연초부터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중국발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금융당국의 ‘피벗(정책기조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격탄을 맞자 발을 뺐던 투자자들이 시장 복귀를 서두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를 종합한 홍콩H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0.3% 올라 연초 기준으로 2006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에 대해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채권은 3개월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시장 훈풍은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번졌다. 신흥국 통화 25개로 구성된 MSCI신흥국통화지수는 올들어 이날까지 2.6% 올라 1990년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기록한 이전 최고치 2.4%도 넘어섰다. 신흥시장 채권 수익률도 10년래 가장 컸다.

갈빈 치아 냇웨스트마켓 통화 전략가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신흥시장 투자 심리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은 수요 침체를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지표도 낙관적 전망을 부채질한다.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 폭은 전월(1.3%)보다 둔화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8% 올라 전월(1.6%)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중국 공장물가 디플레이션 축소는 제조업 활동 재개를 가리킨다”며 “여기에 CPI의 소폭 상승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부양책을 추가할 여지를 남겨둔다”고 풀이했다.

GAMA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로 글로벌 거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의 친성장 정책은 시장이 기다렸던 마지막 신호”라며 “한국과 대만, 말레이시아가 중국 수요 증가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고 칠레·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공의 원자재 수출도 증가할 수 있으며 해외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태국 등 중국 인접국도 혜택을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BNP파리바는 중국이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성장률이 올해 5%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하면서 MSCI신흥시장 지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반면 기대감이 커질수록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중국 공장들이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발(發)인플레이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기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고금리는 경기둔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릴 수 있다.

아닌다 미트라 BNY멜론 아시아 매크로 투자전략가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는 수출 물가에 압력을 가해 연준의 구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경기가 둔화해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꺼리면서 고금리가 오래 유지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성을 지적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에우제니아 빅토리노 아시아전략책임자도 “중국의 복귀 속도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혼란 시기에 중국의 친성장 정책은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피벗’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중국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위안화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며 “역외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당 중국 위안화 가치는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한 작년 11월 초 이후 9%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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