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전문가들, ‘가상자산 규제 필요성’에는 대부분 동의
“혁신 저해 안 돼”ㆍ“보호 임무 중시” 나뉘며 열띤 토론
금융감독원이 16일 개최한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혁신 저해’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토론회 막바지에 “(가상자산) 진흥을 위해서라도 규칙 제정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신뢰도 없다는 전제하에 노력하고 있고, 이번 토론회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해 둘 모두를 염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연구계·업계에서 각각 4인의 전문가가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 간 상호관계 △가상자산 시장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가상자산 잠재리스크 모티터링 툴 등 3개의 발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또 그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는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 안정성 위협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일부 심각하게 봐야할 채널이 있다”라면서 가상자산과의 연결에 따른 전통금융의 리스크를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6월 말 기준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700만 명인데이고 이중 2030세대가 55%다”라면서 “가처분소득이 낮은 MZ세대의 금융안정 훼손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인터넷 은행은 전체 예치금의 49%가 가상자산 투자 관련 예치금”이라면서, “가상자산 관련 예치금 비중을 일정 이하로 유지하는 규제 등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금감원의 규제 기관으로서 역할은 투자자보호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인지, 산업의 혁신과 진흥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이어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산자부나 과기정통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고, 금감원의 원래 목적은 소비자 보호와 공정경쟁 시장 조성”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혁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와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민세진 동국대 교수는 “법 재정이 너무 지연되고 있고, 당장 완전 무결하게 (법을 제정)하겠다는 건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규제를 도입하되, 혁신도 함께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접근, 균형있는 고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선 쟁글 발표를 봐도, 자발적으로 민간에서 하고 있는 영역이 있다”라면서, “시장의 활동 영역을 관이 침해하면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단기와 중장기적 과제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평일 오후 거래소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6시부터 9시 사이 군대 핸드폰 사용 가능 시간에 거래량이 증가한다더라”면서, “MZ세대 공감받는 투자수단인 만큼, 투자자보호를 위해 단기 과제로써 관련 법률 통과가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사들의 가상자산 관련 업무 지원을 통한 기술력 강화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국내 기관은 디파이(탈중앙화금융)를 다뤄본 적도 없고, 기술력도 3년 정도 뒤쳐졌다”라면서 “금감원에서 파일럿이라도 내부적으로 허용한다면 다음 상승장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금감원을 포함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보는 시선이 일부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금은 적어도 진흥을 위해서라도 룰 메이킹(규칙 제정) 없인 투자자의 신뢰도 없다는 전제 하에 입법 노력 등에 동참했다”면서도, “금감원은 시장의 안정, 소비자 보호, 개별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한 일차적 책임 있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