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고향에 보내는 하트시그널

입력 2023-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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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금제가 자리 잡으려면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향사랑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정하고, 고향사랑기부제도가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한편 열악한 지방재정의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이 제도는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답례품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로 이달 1일부터 시행되었다.

예를 들어 수원시민이 경기도와 수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500만 원 한도 내에서 기부하면,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되고 수원시는 기부자에게 기부액의 30% 내에서 답례를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일본의 경우는 ‘고향납세제’ 시행으로 지자체 기부금이 2008년 830억 원에서 2020년 7조1486억 원으로 83배 증가한 바 있다.

전국의 243개 지자체들의 기부금 답례품 경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고객이 선호하는 답례품을 선보여 기부금을 많이 모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자체들은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관광서비스, 지역 상품권 등 2000여 종의 답례품을 선정하였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티투어, 입장권, 체험권 등 방문형 답례품을 개발하여 기부자가 해당 지역에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구시는 약령시 족욕제, 인천시는 강화섬 쌀, 울산시는 고래빵·떡, 충북도는 단양 마늘, 충남도는 보령머드 제품, 전북도는 전북투어패스권, 전남도는 갓김치, 경남도는 얼음골 사과, 제주도는 감귤 등 갖가지 답례품을 준비하고 기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기부금을 모으고 쓸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에 지자체, 주민, 기업 등 3주체의 추진체계, 단기·중기·장기 등 3단계로 ‘고향사랑기부금제 3+3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지자체, 주민, 기업 3주체가 협력하는 민관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적 아이디어 공모 및 홍보, 지역기업 또는 업체들의 매력상품 개발 등이 핵심 키다. 전북 완주군은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함께 ‘고향사랑기부금 아이디어 주민 공모전’을 통해 ‘완주 여자축구단 창단’을 최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과거 영화화되었던 삼례여중 축구부 스토리를 활용해 지역을 홍보하는 주민 제안이다. 단순 답례품이 아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창의적인 지역 스토리가 기부의 손길을 이끌 수 있다.

완주군 사례처럼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 등 중간조직과 함께 적극적으로 지역자원을 활용한다면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하다. 또한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서 지역 농협, 농수산식품 제조가공업체, 예술가, 농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주민, 전문가, 기업대표들로 구성된 민관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단기, 중기, 장기로 구분하여 사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기부문화 , 답례품 등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수도권 주민과 출향인 등을 대상으로 홍보해야 한다. 이어 지역 연고 및 지역의 ‘관계 인구’ 등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사업기획이 필요하다. 지역 연고 관련에서는 장학금, 해외 학습 탐방 기회 제공 등 매력적인 모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 있다. 또한 기부금제가 거주지 외 지역을 후원할 수 있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 지역 ‘관계 인구’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매력적이고 특색 있는 답례품 개발과 연계한 지역특산물 생산기지, 지역특성화 사업, 지역관광상품 등을 기획해야 한다. 일본 라쿠텐인사이트 2021년도 조사에 따르면 기부 대상 지자체는 무연고가 64%로 가장 많고, 여행지 24%, 출신지 14.2%로 나타났다. 즉 답례품과 기금운용사업이 활성화되면 점차 지역적 연고는 약해질 수 있다. 기부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역 고유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답례품 개발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리산둘레길 세끼 식사권, 특정 장소에서의 기념 촬영권, 부모님 효도상품 등을 들 수 있다. 이어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유지하면서 인구까지 유입하는 효과를 노려야 한다. 예를 들어 전남 산촌 유학, 남도에서 한 달 살기 등 인구 유치를 위한 주거 지원정책, 지역 체험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끝으로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제도적, 운영적 측면에서 보완할 점도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현재 법률상 기부 대상 지자체에 대한 제한이 없어 비수도권 주민이 서울시 등에 기부할 수 있어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이에 기부 대상 지자체에서 수도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운영 측면에서는 지자체가 기부금을 조성하면 ‘고향사랑기금’으로 관리·운용하는데, 기존의 기금 운용 방식처럼 기금을 쓰지 않고 쌓아둘 수 있다. 기부금으로 들어왔든 세금으로 거둬들였든 모든 수입은 지역 주민들에게 행정·복지 서비스로 지출하기 위해 조성·편성하는 것이다. 기금이 조성되면 적극적으로 주민 대상 직접 사업으로 집행하거나 일반회계로 전출해서 예산으로 집행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2023년 1차 추경부터 기금으로 설치될 예정이어서 1차 추경에서의 기금액이 해당 단체장의 능력을 보여주는 첫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한시적으로 기부금 액수 늘리기에 몰두하기보다 기부금제를 통한 주민 삶과 지역공동체의 가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고향사랑의 날’이 국민 공모에 의해 7월 중 국가기념일로 정해진다. 많은 국민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 지역소멸과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마음, 국가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한데 모여 전국에 고향 하트시그널이 퍼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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