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더라도 4분의 3이 남아있으면 전액 교환
불타고 습기를 먹는 등 지난해 못쓰게 돼 폐기한 돈의 규모가 4억100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어졌던 거리두기가 완화된데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환수가 늘면서 폐기한 돈의 규모 역시 1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중 손상화폐 폐기 규모’ 자료에 따르면 작년 폐기한 손상화폐는 4억1268만장, 액면 기준으로는 2조64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적었던 2021년(4억352만장, 2조423억원) 대비 915만장(2.3%) 증가한 것이다.
폐기된 물량을 쌓은 총 높이는 12만9526m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8849m)의 15배,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의 233배에 달한다. 낱장으로 길게 이을 경우 총 길이는 5만2418km로 경부고속도로(415km)를 63번 왕복한 거리다.
주화 폐기량은 5596만장(82억원)으로 전년(5933만장, 57억원) 보다 337만장(5.7%)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 환수가 늘면서 폐기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관련통계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손상화폐를 신권으로 다시 만들 경우 들어가는 대체비용은 800억원에서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폐기물량이 급감했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 최근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비용이 크게 줄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2019년까지 관련 통계를 공개했었고, 2020년엔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한편, 화재 등으로 은행권이 손상되더라도 재를 털어내면 안된다. 남아있는 면적에 따라 교환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남아있는 면적의 4분의 3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 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을 교환해 준다. 5분의 2 미만일 경우엔 교환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