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카사르 알 와탄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다”며 300억 달러 (한화 약 40조 원) 투자를 결정했다. 300억 달러는 그간 UAE의 국가 간 최대 투자 협력 규모인 영국을 크게 상회하는 압도적 규모다. 앞서 UAE는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 원), 중국에 50억달러(약 6조2000억 원), 프랑스에 15억유로(약 2조2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300억달러 투자는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볼 때 양국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경제 분야에서 한층 더 강화하는 중요한 성과이자 향후 100년간 미래를 함께하는 협력과 우의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UAE 양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3박 4일 간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모두 합쳐 48건의 MOU와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대통령 임석 하에 체결된 MOU가 13건, 한·UAE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체결된 MOU와 계약이 24건, 양국 정부 간 개별적으로 체결된 MOU가 1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정부 간 개별적으로 체결된 MOU 11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외교부,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UAE 측과 체결한 신산업 분야 협력 MOU라고 한다. 대통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별도로 한-UAE 비즈니스 상담회에 양국의 100여 개 기업이 참석했으며, 257건의 1대1 상담을 통해 1100만 달러(약 137억 원)의 계약 추진액을 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UAE에 도착하자마자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으며 환영을 받았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지난해 자신의 취임 후 처음으로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 윤 대통령을 극진하게 예우한 것이다. 우선 1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가 UAE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서자 좌우로 2대씩 총 4대의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공군 1호기를 호위했다. 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는 압둘라 알 나하얀 외교장관, 수하일 알 마즈루이 에너지인프라장관, 누라 알 카비 문화청소년장관 등 UAE 측 고위급 인사들이 마중 나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영접했다. 압둘라 외교장관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한-UAE 정상회담을 앞둔 15일(현지시간) 오전에는 UAE 대통령궁 상공에 7대의 UAE 공군 전투기가 편대를 이뤄 저공 비행 '에어쇼'가 펼쳐졌으며, 이어지는 공식 환영식에선 UAE군이 21차례의 예포를 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UAE 국빈방문을 마무리했다. UAE에 국빈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건 1980년 양국 수교 후 윤 대통령이 처음이며 한-UAE 정상회담도 2019년 이후 4년 여 만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 27일 공식 방한한 당시 UAE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 현황을 점검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넘어가 왕세제가 주관하는 '아부다비 지속가능성 주간 개막식 및 자이드 지속가능성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불발된 바 있다. UAE측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순방국 정상과의 회담 일정이 출국직전 무산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UAE측은 사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양국 정상은 회담 대신 통화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은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연배는 물론 취임 시기도 비슷해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리더십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1960년 12월생, 무함마드 대통령은 1961년 3월생이다 양 정상이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출생일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4개월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거의 동년배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지난해 5월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며 정치 입문 8개월여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고 같은해 5월10일 취임했다. 지난해 초까지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은 할리파 자이드 빈 술탄 알나얀이 뇌졸중으로 쓰러진지 8년만에 사망하면서 연방 최고 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됐으며, 5월14일 취임했다. 아부다비의 왕좌를 물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