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을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도주치사에 관한 혐의를 부인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조용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이른바 ‘청담동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로 기소된 A 씨는 어린이보호구역치사,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에 관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도주치사에 관한 혐의는 부인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먼저 이 같은 행동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일으켰는지 반성해도 끝이 없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에게 도주 의사는 없었다”며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운수회사 대표로서 자동차 운전업 종사자다.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하고, 좁은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옆을 지나갈 때 서행하여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사고 지역에 수년간 거주해 도로 사정 잘 알고 있었지만, 술에 취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좌회전하여 교차로를 건너던 피해자를 역과(轢過, 바퀴 따위로 밟고 지나가는 것)했다. 그런데도 정차해 피해자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주거지까지 도주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초등학생 B 군을 친 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사고 장소는 인도나 사고 방지를 위한 펜스가 설치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매우 큰 곳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사고 당시의 CCTV 영상 일부가 재생됐다.
재판부는 내달 14일 해당 사건의 교통조사분석보고서를 작성한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