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실현 방식 다양하게 검토 중"…'주금공 출자 방안' 눈길
더불어민주당이 부실 위험 주택·미분양 주택을 공공기관이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주거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여러 실행 방안이 거론되지만, 공공기관이 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출자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 매입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세밀하게 실무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HUG의 보증 한도가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악성 미분양’을 대신 떠안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본지 질의에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이고 있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 연쇄부도가 올 상반기가 지나면 집중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위기를 잘 돌파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긴급 민생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 정책위는 다양한 실행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중에서도 ‘주금공 출자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출자 구조나 방식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내 논의됐던 상황을 종합해보면 추론해볼 수 있다. 본지가 입수한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민생특위) 자료 등 취재를 종합하면, ‘미분양 및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매입 임대전환’ 정책에는 공공기관이 주금공에 출자하고, HUG을 통해 보증배수 10배를 적용받아 매입 자금을 대출받는 시나리오가 제시돼 있다.
이렇게 되면 총 50조 원 규모의 임대주택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약 4억 원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으로 어림잡아 매입 물량을 추산했는데, 이에 따르면 약 12만 호를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HUG와의 보증 배수 규모와 주택경기 상황에 따라 대출규모, 목표 물량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에 따른 매입 가격 편차도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정책위의장은 “아직 세부 계획까지 다 정한 건 아니다”라며 “현재 단계에선 미분양 임대와 부실 주담대 매입의 비중을 나누지 않고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부실 주담대 매입의 경우, 가파른 금리 인상에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취약자주를 대상으로 한다. 주금공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취약차주의 주담대 채권을 매입하고, 임대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또 차액(현재가액-주담대)을 상환한 희망자와 우선적으로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해 주거권을 보장해준다.
주목할 점은 미분양뿐만 아니라 가계 부실 주담대도 매입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방안이 ‘미분양 물량’에 집중했다면, 이 대표는 여기에 더해 부실 주담대도 사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집값 하락으로 부실화된 주택을 공공기관이 매입해 재임대하면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것.
여기엔 이 대표의 주택 정책 철학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후보 시절 “집값이 일정선 이하로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공공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기조를 강조해왔다. 또 부동산 하락세도 전망하면서 “공사가 임대주택 매입 후 재임대하게 되면 한계에 처한 건물주와 세입자에게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떤 기관이 출연을 전담해야 할 지도 정해야 한다. 다양한 기관들도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한국은행’을 제언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긴급 민생 추경안’을 제언한 송두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 한은은 주금공에 출자를 여러 번 한 경험도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부채 대책까지 같이 내놓아야 한다”며 “한은이 출자를 담당한다면, 물가와 금리 안정을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역할을 두고는 당 정책위 내부에서 다양한 이견이 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계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와 수요 예측 실패의 책임을 정부가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의장도 “사주더라도 매입 단가를 건설 원가 이하로 크게 낮춰서 도덕적 해이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