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보고서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이 세계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증진을 위해서는 민간기부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8일 발표한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기부문화 수준은 세계순위, 참여율, 기부 의향 분야에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기부문화 수준을 나타내는 ‘세계기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19개국 중 8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2021년에는 110위로 사실상 꼴찌에 가까웠는데 이는 기부선진국인 미국, 호주, 영국은 물론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순위는 2011년 57위에서 2022년 88위로 대폭 하락했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140위에서 49위로 급격히 상승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팬데믹에 의한 경기 불안으로 기부심리가 위축됐지만, 중국은 세계 경제 대국 2위로의 도약과 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운동이 퍼진 결과로 앞으로 양국의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도 지난 10년간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기부 의향은 같은 기간 45.8%에서 37.2%로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기부는 규모 면에서도 실질적으로 정체 상태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은 2011년 0.79%에서 2021년 0.75%로 0.04%포인트 감소했다. 민간기부 금액 자체는 같은 기간 11조 원에서 15.6조 원으로 41.0% 늘어났으나, 명목 GDP가 1389조 원에서 2072조 원으로 49.2% 증가해 민간기부 금액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GDP 대비 민간기부 비중이 정체된 데는 2014년 개인기부금 공제방식 변경(소득공제 → 세액공제), 코로나 팬데믹 등이 복합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 규모는 2013년까지 지속 상승하다가 공제방식 변경으로 개인기부금은 2013년 7.2조 원에서 2014년 7.1조 원으로 감소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체 기부금은 2019년 14.5조에서 2020년 14.3조로 축소됐다.
보고서는 민간기부 활성화 방안으로 △기부금 세제 지원 확대 △공익법인 규제 개선 △생활 속 기부문화 확산 등 3가지를 꼽았다.
보고서는 “2014년 공제방식 전환(소득공제 → 세액공제) 후 개인기부금 규모가 하락했다”며 “주요국과 같이 소득공제 방식으로 재전환 또는 소득공제·세액공제 선택 적용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는 등 과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인 기부금에 대한 비과세 한도 역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2006년 법정기부금 손금한도 축소(100% → 50%) 이후 한도 초과분에 대해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면서 “매년 많이 기부하는 기업일수록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법인 기부금 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 규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주요국에서 공익법인이 활성화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대기업의 지배력 유지·확대를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기업 공익법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행할 수 있는 통로인 만큼 기부 여력과 재원이 큰 대기업의 공익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경제정책실 팀장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정부의 복지정책 한계를 보완하는 사회안전망으로써 민간기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민간기부 활성화를 위해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규제는 풀고 인센티브는 대폭 늘리는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