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도 위험을 숨기고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낸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 1200여 명이 집단소송에서 패소했다. 소송을 제기하고 1심 선고까지 약 8년이 소요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김지숙 부장판사)는 19일 피해자 1200여 명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1350여억 원 규모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동양그룹 사태는 지난 2013년 동양그룹이 부도 위험을 알고도 회사채를 판매한 사건이다. 주요 계열사인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네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피해자는 4만여 명, 피해액은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투자자들은 분식회계 사실을 모르고 회사채를 사들였다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 2014년 6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해 소송을 허가받았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이번 소송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는 데만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앞서 2016년 서울중앙지법은 집단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허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며 피해자들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들의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8년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집단소송이 허가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대표당사자 중 일부가 집단소송의 구성원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에도 다른 대표당사자가 요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을 허가했고, 동양증권이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단소송의 경우 원고들이 승소하면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투자자의 권리도 구제된다. 하지만 이번 1심 패소로 관련 피해자 1만7900여 명이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현 전 회장은 2021년 만기출소했다.
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사태 후 법원의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서울 성북동 자택과 가회동 한옥, 동양증권 사옥 등에 보관하던 미술품 75점, 고가구 32점을 서미갤러리 창고로 빼돌리고 홍송원 당시 갤러리서미 대표에게 매각하도록 했다.
한편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인 2014년 최대주주가 대만의 유안타증권으로 변경됐다. 같은 해 10월 상호도 유안타증권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