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건의 업무협약(MOU)과 300억 달러 투자. 8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 협력과 3억 달러 규모 외투 유치.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UAE 순방서 얻어낸 결과다. UAE 순방 외에 윤 대통령은 중동과 MOU 성과를 꾸준히 올렸다. 지난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정부는 20억 달러 규모의 MOU 26건을 체결했다.
UAE와 48건, 사우디아라비아와 26건의 MOU. 얼핏 보면 당장 엄청난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처럼 보이는 MOU 속엔 맹점이 있다.
MOU는 말 그대로 업무협약이다. 다른 말로 양해각서라고 한다. 계약을 맺기 전에 양측의 기본적인 이해관계를 담는 내용으로 구속력이 전혀 없다. MOU 내에 표현에도 구속력이 담긴 동사 사용을 자제한다.
이 때문에 MOU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UAE와 48건, 사우디아라비아와 26건의 MOU도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UAE와 MOU를 맺은 한 기업의 관계자도 "인력이 부족해서 중동 쪽에 신사업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협약은 일종의 보여주기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MOU는 사업의 시작일 뿐이지 실제로 이뤄지려면 실무 합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가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기업과 8건의 MOU를 맺었다. 하지만 4건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고, 나머지 4건도 정유와 석유화학 등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관이 깊은 사업이기에 진행이 쉬웠다.
이런데도 MOU를 체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OU를 체결해놓고 이를 이행하려는 아무런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도덕적인 지적을 받게 된다.
MOU가 구속력이 없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MOU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맺는 합의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외교·통상 관계에선 MOU 체결이 의미가 없지 않다.
MOU가 어그러지는 경우는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든지, 실무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가 많다. 특히 이번처럼 여러 건의 MOU가 있을 때는 어떤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가 어렵고, 실무 협의에 진전이 없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MOU 이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48건의 MOU 계약 체결 후 UAE 아부다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촘촘히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MOU 이후 한-사우디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 실무지원단 회의를 개최하고 MOU 추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