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중처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 발표
형벌 만능주의로 산재예방 목적 달성 한계
중소규모 사업장 법 이행 위한 지원법 필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로 시행 1년을 맞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재진단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를 통해 “중처법 시행 후 정부가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는 법 위반 입건 및 기소 실적이 많지 않다”며 “또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범죄혐의 입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총이 지적하는 ‘법률의 불명확성’이란 △중대산업재해 정의(범위) △경영책임자 개념 및 대상 △안전보건관계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내용 △원청의 책임 범위(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등이다.
경총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노동청ㆍ검찰)이 특정 대상만을 경영책임자(피의자)로 인정하고 있고, 안전역량이 부족한 중소규모 이하 사업장은 여전히 법 준수 이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처법 위반으로 수사 및 기소된 사건을 통해 동 법률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심도 있게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 발표 취지를 밝혔다.
경총은 법률의 불명확성 등으로 인해 수사기관이 범죄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처법 수사가 장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사기관이 경영책임자를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11건)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237일(약 8개월)로 나타났다.
수사가 장기화 경향을 보이는 이유로는 경영책임자 특정이 어렵고 법률의 모호성, 불명확성으로 인해 고의성 여부까지 입증하는데 상당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방대한 수사범위와 기존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건이 누적되고 있으며, 나아가 수사기관 간 경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까지 노동청과 검찰이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CSO를 경영책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작년 12월 말까지 중처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82건) 및 기소(11건)된 대상은 모두 대표이사였다.
이 밖에도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한 경영책임자의 기업 규모는 대부분 중소기업 및 중소건설사였다. 경총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적ㆍ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사고 발생 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총은 하청근로자 사망에 대해 원청의 경영책임자만 기소되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검찰 내부 및 법무부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중처법 위헌논란이 일고 있어 향후 법원판단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법률 개편방향으로 중처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률 개정(보완 입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또 중처법 이행 주체 및 의무내용(원청의 책임 범위 포함)을 명확히 하고, 내년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 적용 시기를 추가로 유예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재까지의 중처법 수사 및 기소사건을 보면 법을 집행하는 정부 당국에서도 법 적용 및 범죄혐의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법 제정 당시 경영계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였던 법률의 모호성과 형사처벌의 과도성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처법 시행 1년이 되었음에도 산업현장의 사망 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형벌 만능주의 입법의 폐단”이라며 “처벌만 강조하는 법률체계로는 산재예방이라는 근본적 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현장의 안전역량을 지속해서 육성ㆍ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법 제정을 정부가 적극 검토, 추진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