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에 ‘유전무죄’, ‘사기꾼’ 등의 문구를 적은 40대가 1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후보자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44)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는 선고 당일 바로 항소했다.
A 씨는 지난해 2월 15일 서울 용산구 버스정류장 인근 길가에 걸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에 낙서했다. 그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문구에는 앞에 ‘사기, 범죄에’라고 써넣었으며, 여백에는 ‘유전무죄 조작 이죄명은 유죄’, ‘사기꾼’ 등의 말을 적었다.
그는 재판에서 “훼손이란 ‘헐어서 못 쓰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작은 글씨를 쓴 것은 현수막 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구를 기재한 행위는 유권자로서 의견 개진”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철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리적이거나 다른 방법으로 선전시설 효용을 상실, 감소시키는 행위는 모두 ‘훼손’에 해당한다”며 “사기, 범죄와 같은 비난 문구는 후보자의 정치적 공약이나 식견을 홍보하려는 현수막의 효용을 충분히 해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후보자가 공직 적격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국민의 자유로운 선거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며 “특정 후보자의 공약이 자기 생각에 반한다면서 현수막에 비난 문구를 기재, 훼손하는 건 유권자의 정당한 의견 개진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A 씨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 240조 위반에 해당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공직선거법이 정한 벽보·현수막 기타 선전시설의 작성·게시·첩부 또는 설치를 방해하거나 이를 훼손·철거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에 A 씨는 공직선거법 제 240조 제1항 등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적용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 지 재판에 앞서 판단해야 할 때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다. 요청 주체는 당사자나 법원으로, 법원이 제청을 결정하면 위헌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재판부는 A 씨의 제청 요청을 기각한 것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평등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알 권리 등을 침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