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4일 한파·강풍·대설이 겹치면서 제주와 호남 지역의 하늘길과 뱃길이 끊겨 많은 이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당시 제주공항 여객 터미널은 새벽부터 승객들이 몰려 크게 붐볐지만, 대한항공은 제주와 김포, 부산, 청주, 광주를 잇는 출발·도착 항공편 총 44편이 전편 결항을 결정했다. 결국 귀경에 실패한 직장인들은 연차를 써야만 했다.
24일 대한항공뿐 아니라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제주 기항 다른 항공사들도 출발·도착 일부 항공편이 결항했다. 출발 예정 인원 약 4만3000명 가운데 최소 3만여 명의 발이 제주에 묶였다.
운항은 다음 날인 25일에서야 재개됐다. 항공편은 임시 편을 포함해 모두 514편(출발 256편, 도착 258편)이었다.
그러나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고, 뭍으로 돌아와야 했던 이들은 노심초사했다.
급기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제주에서 내륙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상황이 악화하자 항공권 원래 가격에 웃돈을 얹어 사겠다는 사람들의 글로 거래 게시판이 도배됐다.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이들은 항공권 1매를 20만 원에서 50만 원까지 제시했다. 비행기 탑승은 본인 명의로 구매해야만 탑승할 수 있지만, 편법까지 동원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드러났다.
실제로 김포행 비행기 표를 50만 원에 사고판 ‘거래 완료’ 사례도 나왔다.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은 개인의 유급 휴가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기본 지급된 휴가 잔여 일이 없으면 회사는 급여에서 결근 일수만큼을 제외할 수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천재지변에 따른 휴업에 관한 별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과 개인적 이유로 인한 결근이 동일한 기준으로 처리되는 셈이다.
만약 회사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근을 유급으로 처리한다’는 취업규칙·단체협약 등의 규정이 있다면 유급 처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천재지변에 따른 결근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기업들은 극히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통념상 폭설이나 폭우 등으로 1~2시간 내 지각은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반차나 연차를 써야 한다.
다만 회사 경영진의 판단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강남 일대가 침수됐을 때 강남역과 주변 역 일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재해로 인한 결근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다룰까. 영국의 노동 관련 분쟁에서 조정·중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케스(ACAS)’는 폭설 등 천재지변으로 교통이 끊긴 경우 노동자는 고용주로부터 보상받을 권리는 없지만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등에 따른 보상 규정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영국법은 노동 관련 분쟁을 재판으로 가져가기에 앞서 ACAS의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09년 ‘공정노동법’에 따라 노동자들이 자연재해로 그들 자신이나 가족을 ‘돌봐야 할’ 사정이 생긴 경우 노동자는 유급휴가나 위로 휴가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의 자연재해에는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도 포함된다.
물론 영국과 호주의 이런 법은 드문 경우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로 출근이 어렵더라도 회사가 이를 인정해줄 리 만무하다.
네덜란드에선 직원의 무단결근으로 생기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독특한 보험이 있다. 이른바 ‘결근보험’이다.
그마저도 자연재해로 인해 쓰이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쓰인다. 직원 결근이 가장 빈번할 때는 축구 시즌이다. 월드컵이나 유럽챔피언십이 열리면 병이 났다는 핑계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이 급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직원이 몸이 아파 결근해도 기업들은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에 대비한 보험상품은 최소 결근 일수가 2주일 이상 돼야 한다. 따라서 축구를 핑계로 하루 이틀 결근하는 직원들 때문에 보험료도 내고, 임금도 줘야 해서 기업들의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