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도입액 대비 약 60% 수출로 회수
경유 수출액 가장 커…증가율 항공유 1위
지난해 정유업계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가 주요 수출품목 2위로 올라섰다.
대한석유협회(KPA)는 지난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이 570억3700만 달러(약 73조7400억 원)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전년 대비 71.2% 증가한 규모로 2012년(533억 달러) 이후 10년 만에 최대 수출액을 경신했다.
지난해 정유업계 원유수입액이 954억5000만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제품 수출로 약 60%를 회수한 셈이다. 정유업계가 2012년부터 매년 원유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해온 비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 석유제품은 지난해 반도체에 에어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5위에서 1년 만에 3계단 올라섰다.
수출액 증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 수급 차질로 고유가가 지속하고 수출단가가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맞춰 정유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동률을 최대(79.4%)로 끌어올리며 제품 생산과 수출에 주력한 것도 유효했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배럴당 121.1달러로 약 53% 증가했다. 석유제품 수출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배럴당 18.5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8.7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수출물량은 12.1% 증가한 4억7100만 배럴로 이는 상암 월드컵구장을 31번 가득 채울 수 있는 물량이다.
제품별로는 경유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액 중 46.3%로 가장 비중이 컸다. 이어 휘발유(19.4%), 항공유(18.0%), 나프타(4.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유는 수출액 증가율 130.8%로 가장 높았다.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조사돼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 확대에 정유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국가는 2021년 58개국에서 지난해 64개국으로 늘었다. 국가별 수출액 기준으로는 호주(18.3%), 싱가포르(12.1%), 미국(8.3%), 중국(7.9%), 일본(7.7%) 순으로 집계됐다.
호주는 지난해 분기마다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을 기록했다. 중국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최대 수출 상대국이었으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수출액이 급감해 수출 비중도 20%에서 8%로 낮아졌다. 베트남은 전년 대비 수출액이 3.8배 늘며 수출국 중 7위를 기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석유제품 수출규제 확대, 중국 방역 완화에 따른 수요증가 등 수출 긍정 여건과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요 악화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정유업계는 우수한 정제역량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및 수출지역 다변화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