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낸드 적자전환 가능성…입장 유지 부담될 수도
과거 ‘치킨게임’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전례도
새로운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사업 반등 '촉각'
삼성전자가 31일 현재의 입장을 뒤집고 반도체 부문 감산을 언급할지 주목된다.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삼성전자의 경영 상황은 물론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이재용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인 점을 고려하면 인위적(직접적) 감산은 재고 건전화로 업황 조기 정상화를 노릴 수 있다. 일각에선 과거의 ‘반도체 치킨게임’ 재현을 위해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분기 감산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인위적인 감산 말고도 시설 점검, 생산라인 재배치, 신기술 적용을 위한 공정 전환 등을 통해 자연적(간접적) 감산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자연적 감산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 둔화가 예상보다 강해 수익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올해 1분기 적자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낸드플래시 사업은 이미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반도체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메모리반도체인 D램 가격은 2021년 3월 5.3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근에는 2.2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더 심각하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평균 10~1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2, 3위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는 이미 추가 감산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감산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인위적 감산이 아니더라도 신규 증설 지연 등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강도 높은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감산에 합류할 경우 공급량이 줄면서 수급이 안정되고, 가격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 하반기로 예정된 업황 반등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2~3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간접적 감산은 향후 재고 건전화가 예상되는 고객사의 재고축적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하반기 업황 반등이 예고된 만큼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대 후반 반도체 치킨게임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감산 대신 가격 경쟁을 벌이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버텼고, 2017년 이후 반도체 호황기를 맞으면서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올렸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ㆍIT 전시회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며 감산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 ‘갤럭시 S23’ 시리즈 공개로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에서 실적 반등을 노린다. 특히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이 프리미엄 모델인 ‘갤럭시S23 울트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시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사장은 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2023’을 앞두고 “새로운 갤럭시 S 시리즈의 울트라 모델은 성능과 품질 면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는 확신을 드릴 제품”이라며 “갤럭시 노트 경험을 울트라에 집약해 파워와 성능 모두에 최고의 혁신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신제품 공개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가 다시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스마트폰 사업은 수요 부진과 중저가 위주의 제품 판매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1년보다 11% 감소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1억2000만 대 이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반도체 판매 확대와 갤럭시 S22 초기 흥행으로 1분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수요가 위축돼 스마트폰 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스마트폰의 출하량과 판매가 모두 기존 예상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