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테슬라, 애플 등 주요 종목 주가 하락으로 크게 줄었던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이달 들어 10조 원가량 다시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524억4629만 달러(약 64조5613억 원)로 지난해 12월 말(442억2872만 달러)보다 82억1757만 달러(약 10조895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애플 등의 주가 급락으로 11월(528억65만 달러) 대비 86억 달러(약 10조5582억 원) 규모 급감했으나 1월 들어 감소액 대부분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억3845만 달러(약 9090억 원)이었다. 자금 유입보다 증시 상승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연말 대비 미국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다우 지수는 각각 11.04%, 6.02%, 2.51% 상승했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테슬라의 반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1월 들어 64.6% 상승했다. 테슬라는 9월 이후 줄곧 하강 곡선을 그렸으나 해외주식 순매수 1위를 지켜왔다.
테슬라 외에도 애플. TSMC, 리비안, 엔비디아 등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16.6%, 19.21%, 14.36%, 42.26% 급등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회복의 본질은 각국 은행들이 금리 인상 막바지에 왔다는 인식”이라며 “펀더멘털 보다는 유동성에 대한 기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이후 달러화가 약세로 접어들고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주가 반등을 이뤄냈다. 25일(현지시각) 테슬라는 2022년 4분기 매출 243억2000만 달러(약 29조8722억 원), 영업이익 39억 달러(약 4조7903억 원), 주당 순이익은 1.19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미국 ETF 수익률은 저조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 ‘프로셰어 울트라프로 숏 QQQ ETF’ 등 국내 순매수액 상위 ETF의 수익률은 각각 –40.22%, -28.07%였다. 두 ETF 모두 반도체 업종이나 나스닥100 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인버스형 ETF다.
한편, 미국 증시 환경이 나쁘지만은 않으나 펀너멘털에 비해 기대감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 부분에서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폭은 제한되지 않을까 싶다. 대신 저점을 높여가는 박스권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근 금리 이슈가 더해지면서 기술주나 빅테크들이 오르는 상황이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에 대한 이견이 생길 수 있어 연초 들어 상승에 대해 일정 부분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 금리 이슈가 더 악화하지는 않으리라고 보이나 매매 관점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