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했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민간 소비와 수출 부진에서 기인한 것으로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국제 경기 둔화에 따른 주요국의 수요 감소,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여건이 좋지 않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소비확대도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 성장을 위한 유일한 버팀목은 바로 '투자'다.
투자는 경기 활성화 외에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 생산성 혁신이라는 네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수출·소비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투자 여건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우려와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수익률을 산정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물가 인상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 세계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비용도 많이 늘어났다. 특히, 일본, 중국, 대만 등 경쟁국보다 한국의 금리 인상 폭이 커 기업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
치열해지는 첨단산업 투자유치 경쟁도 위협 요인이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의 분절화, 미·중 무역갈등, 자국 우선주의 속에 세계 각국은 사활을 걸고 투자유치 경쟁에 나섰다. 보조금, 세액공제, 법인세 인하, 토지 무상지원 등 과감한 지원책으로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전략산업의 자국 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정부도 위축된 기업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고 국가전략산업 투자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 투자에 대한 강력한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이후 중단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시켜 투자 업종,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투자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포인트(p) 상향하기로 했다.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경쟁국 수준에 맞춰 최대 25%까지 대폭 늘린다. 이와 함께 투자를 늘린 기업에는 최대 10%p의 추가 세액공제를 제공할 예정이다.
세제 지원 확대와 함께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고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용인반도체 클러스터가 착공에 들어갔지만, 미국 오스틴 공장, 중국의 우시공장이 계획 발표 후 공장가동까지 2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기업들은 금융시장 건전성,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대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효과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한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는 새로운 사업의 창출을 막아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1/3은 한국에서 사업조차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제 경쟁에 지장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선을 이뤄야 한다. 첨단산업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초격차를 확보하도록 총력 지원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밀착 지원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허가가 자동으로 처리되는 인허가 타임아웃제도 도입도 서두를 것이다.
투자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어려운 경기를 회복시키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올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요산업에 투자를 준비 중이며 정부도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준비했다. 산업부 전 직원이 투자 현장에 출동해 기업 투자를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민관 공동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경기 회복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실제 법·제도 개선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