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2022년 뷰티업체 실적 “죽쒔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을까? 코로나19 엔데믹이 찾아든 지난해 화장품업계가 충격적인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대 매출 지역인 중국 시장 부진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국 정부가 주요 도시를 봉쇄하며 화장품 판매가 어려웠고, 현지에서 자국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직격탄을 맞았다. 뷰티업체들은 부진 탈출을 위해 중국에서의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등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7조1858억 원으로 전년대비 11.2%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44.9% 내린 7111억 원을 거뒀다. LG생건은 화장품 사업과 생활용품(HDB), 음료(리프레시먼트) 사업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뷰티 분야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 내렸다.
지난해 LG생건의 생활용품(HBD) 매출은 2조2098억 원으로 직전년에 비해 7.4% 성장했고, 음료사업인 리프레시먼트 사업은 1조7642억 원으로 10.9% 증가했다. 하지만 뷰티 분야의 작년 매출은 3조21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7.7%로 미끄러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소비 둔화와 인플레이션, 원부자재 가격 변동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국내외 경쟁 심화가 되며 경영 환경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뷰티사업이 대부분인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전망 역시 밝지는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은 4조4176억 원으로 2021년보다 14.7%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고, 영업이익은 2019억 원으로 41.2% 내릴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체들의 실적 하락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목된다. LG생건의 지난해 중국과 대만,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은 9834억 원으로 직전년에 비해 31.1% 미끄려졌다. 이 가운데 중국 향 뷰티 사업 매출은 7533억 원으로 전년대비 35% 추락했다. 하나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아시아 매출이 1조2993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3% 감소했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 매출 중 중국 향 비중은 통상 70%를 웃돈다.
뷰티업체들은 지난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상하이 등 현지 주요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영업 활동에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소비자들의 외면은 또 다른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의 양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618행사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 톱10에 단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자리를 프로야와 웨이눠나 등 자국 브랜드에 내줬고, 광군제에서도 LG생건의 매출은 전년 대비 7% 감소한 약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LG생건의 브랜드 ‘후’ 매출은 직전년에 비해 37.8% 떨어졌고, ‘숨’과 ‘후’도 각각 28.8%, 45.8% 내리막을 보였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LG생건에 대해 “중국 광군제에 대한 계절적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사업에 대한 경영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화장품 부문의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중국 사업에 대한 경영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화장품 부문의 회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봤다.
중국에 치우친 사업 구조 탈피를 위해 화장품업체들은 글로벌 화장품 격전지 미국 시장에서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역점과제로 중국, 북미 중심의 글로벌 뷰티 시장 공략을 강화를 내세운 상태다. 이 회사는 2019년 미국 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한 LG생건은 2021년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어 미국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Artic Fox)를 보유한 보인카(Boinca) 지분을 인수해 헤어케어 시장에도 진출했고, 작년 5월에는 미국에서 사랑받는 베스트 K뷰티 대표 브랜드인 더크렘샵(The Creme Shop)의 지분 65%를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485억 원)에 사들이며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기대는 충분하다. 지난해 뷰티 사업 중 미국 매출은 1922억 원으로 전년대비 23.3% 치솟으며 가능성을 엿봤다.
1986년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북미에 처음 발을 내딛고 현지에서 설화수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팔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7월 진행된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 라네즈가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에서 판매량 전체 1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작년 9월에는 ‘클린 뷰티(Clean Beauty)’트렌드를 선도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하며 북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작년 3분기 기준 북미 지역 매출은 525억 원으로 전년(267억 원) 같은 기간보다 97% 성장하며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500억 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절대 파이는 중국이 가장 크지만 성장세는 북미가 가장 크다. ”면서 “판매국 다변화는 화장품업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