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표가 연루된 뚜렷한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로 이 대표의 퇴임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만간 민심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재판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가 사건에 명확히 연루됐다는 사실관계가 나와야 사법 리스크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사실관계만 보면 그 정도는 아니"라며 "아직은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이 먹힐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사법적 리스크를 앞세워 당 대표를 공격할 경우 자칫 역풍이 불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은 내년 총선이 관건"이라며 "총선까지 지도부가 이어지거나 새롭게 꾸려지는 상황 등 여러 가능성을 따져봐야 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이재명 체제'의 총선 승리에 대한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비명계 의원은 "결국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건 사법 리스크가 이니라 민심 리스크일 것이다. 검찰 조사가 더 진행되면서 민심이 나빠지면 지도부 교체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관련해 6월쯤부터 문제 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6월 미국에서 돌아온 뒤 '반명(반이재명)계'가 본격적인 세력 결집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계파라곤 하지만 특정 인물을 제대로 지지하는 의원은 어느 쪽이든 많아야 5명도 안 될 것"이라며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드러나면 계파 상관없이 당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5월 치러질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광온, 홍익표, 안규백, 이원욱, 한정애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전해철 의원도 최근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상 원내대표 선거에는 당 지도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해왔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비명계를 포섭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설 연휴 전후로 자당 의원 168명과 전국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안부 전화'를 돌리고 내달 4일 서울에서 장외투쟁 성격의 '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31일 오후 비명계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민주당의 길'의 첫 토론회에도 참석해 축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