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 방문지인 이스라엘에 이날 도착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최근 고조된 갈등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계속된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양국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우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최근 양측 사이에 무력 충돌과 총기 난사로 긴장이 고조됐다. 26일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위치한 제닌에서 수색 도중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충돌해 9명을 사살했다. 이튿날 저녁에는 팔레스타인 청년이 동예루살렘 북부의 유대 회당에서 신자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면서 7명이 사망했다. 반이스라엘 시위가 잇따르자 네타냐후 정권은 규제를 풀어 시민들의 총기 소지를 돕고, 테러범 가족의 시민권까지 박탈하겠다는 강경 조치를 내놨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해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이례적으로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우경화한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개혁’ 움직임에도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11월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정당들과 연정을 구성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후 정부 주요 요직에 극우 인사를 발탁하는 등 역사상 가장 우경화한 정부로 평가받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은 사법개혁이라는 이름 하에 대법원의 권한 약화를 추진 중이다. 네타냐후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민 10만 명이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국민과의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합의에 기반한 통치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한 “이견을 조율하는 게 정책을 가장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라며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회견에서 이란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이란은 이스라엘과 지역의 위협일 뿐만 아니라 점점 더 세계의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꺼리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