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 재정 적자, 100조 원 달할 듯
은행 연체율↑…물가 불안정에 서민 부담↑
정부, 지원 마련했지만…'경기 침체' 끝나야
한국경제가 수출부터 내수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를 이어갔고, 국가 채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물가는 계속 치솟고, 은행 연체율도 높아져 서민들의 부담이 커진 상태다. 정부는 각종 지원에 나섰지만, 세수가 줄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끝날 때까진 목표를 위기 극복보다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째 적자다. 11개월 이상 연속 적자를 기록한 건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 이후 약 25년간 한 번도 없었다.
무역수지가 100억 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원인은 흔들리는 수출이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한 462억7000만 달러로 4개월째 내림세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무역수지 적자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다음 달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다면 지난 한해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이 된다. 특히 반도체와 대중 수출 등 한국 무역의 핵심이 흔들리면서 위기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재정 상태도 좋지 않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정부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98조8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12월까지 합치면 연간 재정 적자가 1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경기가 침체하고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감세정책을 펴면서 세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나가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오는 세금은 점차 줄어 재정이 흔들릴 위기다.
갈수록 높아지는 은행권 연체율은 가계 부문을 위협하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0.19%로, 같은 해 9월 0.16%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도 흔들렸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전년대비 5.1% 올라 외환위기(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다. 외식물가도 뛰었다. 지난해 연간 외식물가지수는 110.71로 상승률은 7.7%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부터 코카콜라 350mL 캔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5.3% 올렸고, 제주삼다수도 출고가가 평균 9.8% 올랐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류, 주류 모두 요금이 오르는 추세다. 식료품 외에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택시 요금도 올랐다.
정부는 수출과 재정 관리, 물가 안정 등을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출은 범부처 지원 역량을 모아 대응하고 재정 관리를 위해선 2월 임시국회 중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추진한다. 은행의 부실 위험을 막기 위해선 금융위원회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자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 등을 추진 중이다.
관건을 위기를 다루는 관점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결국은 국제 경기 침체가 끝나야 안정기가 찾아올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위기 극복보단 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과 내수, 금융 등 내실을 다지고,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게 돌파구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채 자체를 줄이거나 국제 경쟁력에 필요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산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며 "(정부가) 단기적인 해결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반도체 등 수출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올해는 금융권에서도 실적 상승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핵심인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