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126억9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적자폭이다. 무역수지 적자행진도 지난해 3월 1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래 11개월째로 늘었다. 반전의 기미가 없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12개월 누적 무역수지는 지난해 7월 55억3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올 1월 기준 551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수출 전선도 비상이다. 1월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6% 급감한 462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 역시 2020년 5월(-23.7%)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저치다. 암울한 수출 지표는 널려 있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GDP)이 0.4% 감소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직후인 2020년 2분기(-3.0%)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순수출 기여도는 마이너스 0.6%포인트를 나타내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순수출 기여도는 작년 2분기(-1.0%p) 이래로 3분기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국가 발전을 이끌고 민생을 지탱하던 수출이 불효자 행세를 하며 두통거리가 된 형국이다.
무역수지와 수출이 왜 이런가.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사실상 반 토막 수준인 44.5%나 급감해 60억 달러 수준에 그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손실이 1조7000억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적자를 낸 것은 SK가 하이닉스 인수 초기인 2012년 3분기(-240억 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전날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 원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등 경기순환적 측면이 분명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지 엄중히 따져볼 대목도 없지 않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먹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부품이 반도체여서 전 세계가 사활을 걸고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데도 국가적 대처가 한가하고 느슨한 점이 없지 않다. 비메모리 반도체 등 취약 부문의 경쟁력 향상 과제부터 그렇다. 말은 무성하지만 말잔치로 그치는 감이 짙지 않은가.
구조적 문제점도 엄존한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만과 미국은 3년이, 한국은 8년이 걸린다는 풍설이 업계에 나도는 현실이 바로 이런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이미 TSMC(대만반도체 매뉴팩처링)에 밀렸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정부와 사회가 수출 전사들을 밀어주기는커녕 발목이나 잡아도 되는지 자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