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금융당국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막혔다. 기존의 규제들을 풀어줘 시장 활성화를 할 계획이었지만 보험업계가 되레 규제를 해달라고 요청하면서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구체화 해달라" "금지 조항을 법적으로 명시해달라", "1사4요율제를 도입해 가격 규제를 만들자" 등으로 장벽을 만들 것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당국은 혹시 모를 부작용을 예단해 법적으로 정해 놓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시행해봐야 부작용이 무엇인지도 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푸시(push) 영업인 대면 채널보다 풀(pull) 영업인 온라인 채널의 사업비 규제가 더 강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물론 보험업계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된다.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리 있어서다. 다른 업권에서 봤듯이 고객 일상에 스며드는 플랫폼의 거대한 잠재력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민간 보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업계 전체와 소비자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의 이익을 따지면 반대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대승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사의 경우 주장이 강해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각자 의견이 엇갈린다는 얘기다.
비교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자율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보험업계에는 분명히 있다.
당국은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보험업법 법령 개정을 통해 바로 제도화를 하지 않았다. 우선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부작용이 난다면 바꿀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하루빨리 가는 게 낫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꾸기 더욱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