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친모, ‘아이 바꿔치기’ 무죄 판결…사라진 아이는 어디로?

입력 2023-02-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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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중심에 있는 친모 석 모 씨가 2021년 8월 1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뒤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년 전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살 여자아이의 친모로 밝혀진 석 모(50) 씨가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인 친모의 ‘아이 바꿔치기’와 관련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등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았다.

2일 대구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상균)는 미성년자약취,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석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유전자(DNA) 감정 결과에 따라 숨진 아이가 석 씨의 아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석 씨가 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바꿔치기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재판부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추가 심리에서 한 유전자(DNA) 감정 결과로 숨진 여아가 피고인이 출산한 여아라는 것은 추정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DNA 감정 결과가 피고인이 다른 여아를 약취했다는 사실관계까지 인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핵심 혐의인 아이 바꿔치기에 대한 미성년자약취죄에 무죄가 선고되며 형량은 징역 8년에서 대폭 낮아졌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가 확정된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석 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구미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인 김 모(24) 씨가 낳은 여아를 자신이 출산한 여아와 바꿔치기해 어딘가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2년여간 재판을 받아왔다. 2021년 2월 김 씨가 살던 빌라에서 3세 여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도 있다.

석 씨는 재판에서 자신은 당시 아이를 낳지 않았고 바꿔치기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 2심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이 바꿔치기 범행이 입증되지 않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 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2년여 만에 수감 생활을 벗어났다. 그러나 김 씨가 출산한 아이의 행방을 둘러싼 의문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그동안 9차례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 증거조사, DNA 재검사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비롯해 산부인과 간호사, 석 씨의 직장 동료, 친딸 김 씨 등 모두 10여 명이 증인으로 섰지만, 아이 바꿔치기 혐의를 증명할 만한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석 씨 주변인들은 석 씨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증거로 제출된 숨진 여아의 사진들을 영상분석가가 감정한 결과 동일인으로 분석돼 아이 바꿔치기 범행 공소사실과 오히려 배치되기도 했다.

대검찰청에 의뢰해 시행한 DNA 검사에서는 앞서 5차례 이뤄진 검사 때처럼 석 씨와 숨진 여아 간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과학적 사실만 재확인됐다.

검찰은 석 씨가 범행을 계속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1, 2심 때와 마찬가지로 석 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석 씨 측은 여전히 DNA 검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DNA 감정 결과가 출산과 약취 사실을 직접 증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4번째 재판을 통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돼 결국 원심에서 바뀐 판결로 이어지게 됐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재차 상고할 경우 석 씨에 대한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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