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주주가치 제고…어피니티도 협력해야"
교보생명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 가치평가 과정에서 행사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공모한 혐의를 받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사모펀드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적정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려 했던 교보생명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3일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딜로이트안진 임원 2명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계사의 가치 평가 업무에서 어떤 의견을 평가자와 의뢰자 중 누가 먼저 제안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계사의 전문 판단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며 "(가격 결정이) 안진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일방적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직원 1명과 어피너티 임직원 2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교보생명은 "안진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가 보유한 풋옵션 가격에 해당하는 공정시장 가치(FMV)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준을 위반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2021년 4월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안진의 가치평가 과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어피너티와 안진의 공모를 통해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이 시장가치 대비 2배 이상인 41만 원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1년~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교보생명 "안진 무죄, 풋옵션 가격 41만 원 정당하다는 의미 아냐"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의 형사재판 무죄 판결과 관련 "유감스럽다"면서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재판 결과가 어피니티와 안진이 공모해 산출한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주당 41만 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제상사중재 판정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41만 원에 주식을 매수해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측은 2018년 말에 제시한 풋옵션 가격 41만 원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생명보험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상장 생보사의 주가는 4년 전과 비교하면 최대 4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생명,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현재 주가를 추정하면 15만~18만 원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합당한 가치 평가를 받은 후 적정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고 상호 간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된 만큼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며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 측은 "이번 무죄 판결로 신 회장이 처음부터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어피너티 측을 공격했다는 비판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