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5일 국회는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 159명을 애도했다.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 생명안전포럼이 주관한 '이태원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행사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과 생존자, 이태원 상인을 비롯해 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ㆍ천주교 등 종교계도 자리했다.
김진표 의장은 "오늘 추모제를 계기로 우리 모든 국민이 하늘의 별이 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피해자를 돕는 일에도 최선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며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대표들은 일제히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야권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희생자 옆에 없던 국가는 지금도 유족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민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와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꼭 명심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정부와 집권 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무한책임이 있다.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유가족 여러분과 미래를 바라보면서 집권 여당의 책무를 다하겠다. 159분의 못다 핀 꽃송이들이 밤하늘의 별이 돼 우리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다. 최소한의 도리를 해달라"며 "무책임한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이 인선 실패를 통감하고 유족들 앞에서 정말 제대로 사과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용혜인 대표도 "환골탈태의 결의로 쇄신에 나서야 한다. 독립성과 전문성, 충분한 조사 기간과 유족의 참여가 보장되는 독립적 재난조사기구로 국가에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도록 해야 한다"며 "정치가, 국회가 사회적으로 연결된 책임을 받아들이고 다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조특위 소속 강은미ㆍ오영환ㆍ용혜인ㆍ조은희 의원은 '10.29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낸 '우리의 다짐'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자각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난 재난 예방과 현장 대응 및 수습 과정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참사의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국민의 소망을 모아 재난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제도, 정책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한편,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4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명령이 있어야 가능한 거냐. 부탁드린다"며 "저희가 (서울광장 분향소를) 치울 테니 많은 국화꽃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만들어 달라"며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박홍근 원내대표는 추모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분들이 극단적 선택 하지 않도록 서울시가 전향적으로 이 상황을 보고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저희 또한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저희들도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