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산 K2 전차엔 못 실려
튀르키예선 높은 점수로 통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폴란드에 이어 튀르키예(옛 터키)에도 전차용 엔진을 수출하며 K-방산 실적을 쌓아 올렸다. 특히, 전차에 탑재될 파워팩에는 SNT중공업이 생산한 자동변속기도 포함된 가운데 수출 배경과 과제가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튀르키예 방산업체 베메제(BMC)에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수주 금액은 3131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튀르키예 전차에 탑재될 파워팩에는 SNT중공업이 생산한 자동변속기도 포함됐다. SNT중공업의 계약 금액은 2700억 원에 달한다. SNT중공업은 2027년까지 1500마력급 변속기를 BMC에 공급한다. 아울러 2028년~2030년까지의 추가 옵션 구매 조항도 계약에 담았다. 이로써 국내 기술로 개발한 ‘전차의 심장’ 파워팩(엔진+변속기+냉각장치)이 해외로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그간 부침이 많았던 SNT중공업의 변속기다. 앞서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방사청의 내구도 검사 등에서 1년간 6차례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서 국산 K2 전차의 납품이 지연되기도 했다. 국산 명품 무기로 기대를 모았던 K2 전차 전력화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SNT중공업 측은 가혹한 기준을 문제 삼고 기준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K2 전차를 양산하는 현대로템에 지연배상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양산 K2 전차에는 현재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을 쓰는 한편, 변속기는 독일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이번 튀르키예 수출 쾌거를 올린 것이다. 이는 시리아 내전 당시 튀르키예가 개입하면서 독일과 사이가 외교적 이해관계가 악화된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정부가 튀르키예에 독일 변속기 수출을 금지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이렇다 보니 튀르키예 입장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SNT중공업의 변속기”라고 밝혔다. 해당 변속기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은 튀르키예 현지에서 진행된 내구도 주행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독일과 터키의 갈등 요소로 인해 SNT중공업의 변속기가 수출됐지만, 국내에서 양산하는 K2 전차의 여전히 들어가지 못하면서 K2 전차의 완전국산화를 위한 과제는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