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연이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심리 위축으로 식품산업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는 87.4로 전 분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음식료품 제조업체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추출한 결과치인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전 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고 100 미만은 반대를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지난해 상승하던 식품산업 경기 현황지수가 최근 이어진 주요 식품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 지난해 1분기 83.9에서 2분기 89.8, 3분기 94.7로 상승세를 보이며 상승세를 탔다.
at측은 사회적거리두기 해제와 원자재 가격을 반영한 제품 출고 가격 인상으로 업계 매출이 증가한 점이 2~3분기 경기 지수와 영업이익 지수의 상승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매출액 지수는 작년 1분기 87.4에서 2분기 98.4로 오르더니 3분기에는 101.9로 기록했다.
제품 출고가와 연계되는 가공식품 생산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2019년까지 0.7%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2021년 1분기 1.6% 증가한 이후 지속 상승해 지난해 3분기에는 10.1%를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유지가 33%, 제분 30%, 사료 20%, 제당 및 전분 16.9%, 면류 13.1%로 수입 곡물 가공품과 재가공품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이 같은 곡물 가공품 중심의 생산자물가 상승은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증가 영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지수는 87.4로 하락했다. 생산과 매출, 영업이익, 자금사정 등 대부분의 경기지수가 하락하며 주춤한 모양새다. 생산규모는 작년 3분기 99.8에서 96.4로 3.4% 내렸고, 매출도 100.3에서 96.6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93.0에서 86.5로 6.5포인트 미끄러졌다. 자금사정은 91.5에서 89.8로 물러났다.
aT 측은 제품 출고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 심리 위축으로 매출 증가세가 4분기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심리 지수는 지난해 1월 104에서 12월 90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21년 11월 1%에서 지난해 11월에는 3.25%로 연 7회에 거쳐 2.25%p 상승하면서 사업체 자금 사정도 악화됐다. 식료품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06%로 자기자본을 상회하며 전체 제조업의 부채비율(79%)보다 높은 편이다. 식료품 제조업 중에서는 중소 기업의 부채비율은 153%로 높아 금리가 인상되면 경영 안정성에 타격이 크다.
앞으로 전망도 흐리다. 올해 1분기 식품업계의 경기지수 전망치는 91.1로 경기 악화를 전망하는 업체가 많았다. 올 1분기 사업체 경기 호전을 전망하는 업종은 동물성 및 식물성 유지제조업(124.2)와 면류·마카로니 및 유사식품 제조업(100.4), 증류주 및 합성주 제조업(105.6)이었다. 이에 반해 떡·빵 및 과자류 제조업은 79.5를 전망했고, 수산동물 가공 및 저장 처리업(81.8), 과실·채소·가공 및 저장 처리업(84.7), 낙농제품 및 식용 빙과류 제조업(85.3) 등은 경기 악화를 전망했다.
연초부터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불경기에 소비 위축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 연초 LG생활건강과 롯데칠성음료가 콜라 값을 올렸고, 삼다수도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빙그레와 롯데제과, 해태제과 등은 아이스크림과 값을 올렸다. 파리바게뜨와 롯데리아, 써브웨이 등도 가격 인상에 나서며 다른 업체들이 뒤따르는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올 상반기에는 맥주와 막걸리 주세가 오르며 주류 가격도 본격 인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사업체 경기를 결정짓는 주요 지표가 매출인데, 지난 분기까지 경기 지수 개선은 판매량보다는 판매가격 상승 효과”라면서 “오히려 가격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져 매출 상승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