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변동성 완화 여부 주목… NDF 시장 대체할지 여부도 눈길
우리나라의 무역과 자본시장 규모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외환시장은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시장 안정’이 모든 정책의 꼭대기에 서면서 외환시장 변화는 쉽지 않았다.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바꾸기로 한 배경에는 개방적인 환경이 오히려 환율을 안정시키고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방 조치로 외환 변동성이 더 커지고, 국내 외환시장이 외국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7일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은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외환시장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장 시간도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다음날 오전 2시로 우선 연장한다.
한은은 이 같은 외환시장 개방을 통해 거래기관 수와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송대근 한은 외환업무부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된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역외에서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생기다 보니 국내 원화 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커지고, 거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도 어느 정도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되면 거래량과 거래 참여 기관 수 모두 현재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기관 수와 거래량이 늘어날 경우 환율 변동성도 완화될 전망이다. 송 부장은 “거래량도 늘어나고, 다양한 성격의 시장 참가자들이 들어오면 환율 변동성 측면에서 좀 더 안정되는 모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외환시장 개방으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확대되고,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개방된 시장의 ‘흥행’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외환시장을 개방해도 시장에서 충분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NDF 시장을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RFI의 외환시장 참여가 현물화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NDF는 차액만 결제해도 되고 달러 계좌만 있어도 돼 거래가 편리한 측면이 있는데, RFI에 엄격한 의무 확약을 받으면 그냥 NDF 거래를 하려는 곳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선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섹션장은 ”외환시장 개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원·달러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는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 야간시간대 현물환시장 호가가 경쟁력을 가져 NDF 시장 참여 고객도 유입될 수 있고, 시장 쏠림이 나타날 때도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금융국장도 ”해외 주요 금융사들은 포지션 선물거래 등에 있어 제약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 거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계속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외환시장 규제 완화에 대해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존 거래 자체의 불편한 부분을 줄일 수 있고, 오히려 외환 시장이 나빠지면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자본 시장 발전 상황이나 규모를 봤을 때 기존 외환 시장 규제가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