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트워크 강화ㆍ내부 결속 다지기 가속
지난해 삼성전자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매출 300조 원을 달성했음에도 지난해 4분기 DS(반도체) 부문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7% 급감했다. 스마트폰 및 TV 사업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유례없는 위기 놓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그룹 오너 3세인 이 회장은 1968년 6월 23일 서울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손자이자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 동양사학과(87학번)를 졸업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에는 총무 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뒤 경영기획팀 경영전략담당 상무와 전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 그리고 사장, 부회장을 거쳤다. 이후 지난해 10월 27일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100일이 갓 지난 이재용 회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 해결사로 주목받는 데는 위기 때마다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점 때문이다.
2016년 80억 달러(약 9조3000억 원) 규모의 미국 전장 회사인 하만 인수,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만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 중 차세대 네트워크 사업과 함께 유일하게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수주를 주도하기도 했다. 9일 일본 이동통신사업자 KDDI의 ‘5세대(G) 이동통신 단독모드(SA) 코어’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엔 네트워크사업부에 스웨덴 통신 장비 회사 에릭슨 출신 임원 2명을 영입하며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이 회장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교류하며 직접 발로 뛰고 있다. 디시네트워크와의 공급계약 당시에도 찰스 어건 회장과 북한산 등반을 하는 등 수주를 이끌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기간 중 4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내며 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 사업 현장 점검 등 광폭 행보를 통해 위기 극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첫 해외 사업장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중동 지역 법인장들에게 “중동은 기회의 땅”이라며 과감한 도전을 주문한 바 있다. 또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다시 찾은 UAE에서는 UAE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현장을 찾아 UAE로부터 300억 달러(약 37조2600억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끌어내는 데 힘을 보탰다.
이 회장의 글로벌 사업 행보는 국내에서도 지속됐다. 작년 11월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온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한 데 이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와도 잇달아 만났다. 12월에는 인천 영종도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 만나 최신 BMW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해 양사 간 협력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유연한 조직 만들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회장 취임사를 갈음해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그러면서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