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경쟁의 선두주자는 단연 MS의 검색 엔진 ‘빙(Bing)’입니다. 다니엘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MS가 이번 AI 대결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AI를 탑재한 ‘빙’은 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처음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화제의 챗GPT가 장착될 예정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빙’에는 오픈AI의 새로운 대형 언어모델 ‘프로메테우스’가 적용된다고 밝혔는데요. 챗GPT에 활용된 GPT-3.5 언어 기술 중 일부를 적용하되, 1시간 전 최신 정보까지 반영해 사용자 질문에 더 잘 답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로만 답해 한계를 지적받았던 챗GPT의 문제점을 극복한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빙’은 “현재 한국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에 ‘문재인’이라 답하던 챗GPT와 달리. ‘윤석열’이라고 제대로 답을 내놓게 되죠.
이에 질세라 세계 검색 엔진 1위인 구글도 6일(현지시간) 유사한 기능의 AI 서비스 ‘바드(Bard)’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자사의 초거대 언어 모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문서 30억 개와 11억 개의 대화를 익힌 모델인데요. 구글의 검색 엔진, 지도, 번역 기능 등에 폭 넓게 적용돼 사용자들의 직관적인 정보 검색을 도울 전망입니다. 라크하반 구글 수석부사장은 “앞으로 검색에서의 한계는 오직 여러분의 상상력일 것”이라고 장담했죠.
8일(현지시간) 구글은 AI 기반 새로운 검색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바드’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에 관해 9살 아이에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은 무엇이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구글은 “‘바드’를 사용하면 JWST의 새로운 발견을 9살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 같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죠.
‘바드’는 해당 질문에 △“2023년 우주망원경은 ‘녹색 완두콩’이란 별명의 수많은 은하를 발견했다. 완두콩처럼 작고 둥글며 녹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망원경은 130억 년 이상 된 은하 사진을 찍었다. 이 은하계의 빛이 우리에게 닿는 데 130억 년 이상이 걸린다는 뜻이다” △“JWST는 우리 태양계 밖 행성의 사진을 최초로 찍었다. 태양계 밖 행성은 ‘외계행성’으로 불린다”라는 세 가지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발견이 “우주의 무한한 경이로움에 대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죠.
문제는 ‘바드’의 마지막 답변이 틀렸다는 겁니다. 로이터통신은 JWST보다 17년 먼저 외계행성을 촬영한 거대망원경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는데요.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전일 대비 7.7% 급락해 최근 3개월간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나아가 “JWST는 우주의 미스터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여러분의 9살 아이가 새로운 외계 행성 발견과 우주 형성을 배우는 데 매료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역시 ‘JWST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묻는 질문의 취지에서 빗나갔습니다. 치명적인 오류를 낸 ‘바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빙’ 역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AI 챗봇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여러 IT 기업들은 AI 챗봇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검색 업체 바이두 다음 달 AI챗봇인 ‘어니봇’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러시아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얀덱스도 챗봇 ‘YaLM 2.0’ 개발에 돌입했죠. 네이버는 상반기 ‘서치GPT’를 시범 출시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카카오도 자체 개발 ‘KoGPT’를 접목한 대화형 AI를 출시할 예정이죠.
이들은 영어 이외 언어에 취약한 실리콘밸리 출신 AI들의 맹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는 고품질의 한국어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사업자”라며 “번역에서 오는 정확도 하락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AI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검색 서비스로 인한 광고 수익 때문입니다. 구글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은 광고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경쟁에서 뒤처져 점유율이 하락한다면 즉각 수익이 감소할 수 있죠. 전 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의 92.9%를 차지하는 구글과 그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빙(3%)’이 AI 챗봇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이 때문입니다.
다만 AI 챗봇이 검색 엔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로이터통신은 “(AI기반 검색은) 검색 결과를 링크 목록으로 제시하는 대신 일반적인 언어로 제시해 검색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도 “구글처럼 검색 엔진에 중추를 두고 있는 표적 광고에 미칠 영향은 불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AI 전쟁의 승기를 잡는 기업이 곧 IT업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