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기점 러시아 사업 철수 타격
미국 기업들, 본토 또는 남미
유럽 메이저는 아프리카 주목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 업체들의 유전 개발 관련 투자금 투입 방향이 ‘위도’(latitude) 중심에서 ‘경도’(longitude)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런과 영국 BP와 셸, 그리고 프랑스 토탈에너지 등 글로벌 석유 메이저 5개 업체는 지난 수십년간 남미에서부터 시베리아까지 세계 곳곳에서 시추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자원의 인식 변화 등 일련의 대외변수를 겪으면서 ‘생각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지난해 한 해에만 거둬들인 순익 총액은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이렇게 번 돈을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메이저들의 자금이 예전과 다른 곳에 투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의 분석가 에드워드 모스는 “미국이나 유럽 석유 메이저 모두 경도선을 따라 석유 시추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미국 석유 메이저들이 정치적 리스크가 많거나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아님 둘 다인 ‘프런티어’ 지역에서 철수하고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 보다 공격적인 유럽 석유업체들은 미국 프로젝트보다 새로운 개발 잠재력을 가진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데, 모두 결론적으로 경도선을 따라 사업을 재편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석유 메이저가 투자 ‘축’을 횡에서 종으로 바꾼 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기점으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고, 이에 미국 기업들은 미국 밖 유전에서 관심을 줄이고 있다.
BP와 셸 등 유럽 석유 메이저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낸 후 ‘횡’으로의 노출을 줄이고 있다. 특히 미국 메이저들과 달리 미국에 있는 자산도 축소하고 대신 유럽 기준 남쪽인 아프리카를 러시아 대체지로 주목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식민지배한 이후 아프리카와 비교적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처로 매력을 키우고 있는 반면, 미국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 때문에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탈(脫)탄소화 압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 사이에서 재생에너지, 탄소 배출저감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지난해 석유 메이저들은 22건의 재생에너지 관련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중 5건의 규모는 총 120억 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