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수가를 올려야 할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까

입력 2023-02-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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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왼쪽 세번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정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서울대병원 김한석 소아진료부원장, 김병관 진료부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전용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왼쪽 네번째는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뉴시스)

“의과대학 정원만 늘린다고 중증·필수의료 분야 의료공백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중증·필수의료 기피의 주된 배경은 낮은 수가이므로, 수가를 인상해 해결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을 요약하면 위와 같다.

얼핏 맞는 말 같지만, 이 주장에는 ‘적정 수가가 얼마인가’에 대한 답이 없다. 수가 인상에는 국민건강보험료 인상, 진료 본인부담금 인상이 수반된다. 의사들에게 중증·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면서 국민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는 적정 수준을 찾기는 어렵다. 개원의를 선호하는 풍토에서 수가정책이 전공의·전문의 수급에 미칠 영향도 불분명하다.

이보단 의대 정원 확대가 현실적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는 대표적인 선호 진료과목이다. 비급여 검사·진료가 많아 수익성이 좋고, 의료사고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은 일종의 ‘낙수효과’다. 어떤 시장에서든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그 결과로 공급자들의 시장 이동이 발생한다. 수가정책과 조합만 잘하면 충분히 중증·필수의료 분야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 시장에서도 경쟁이 필요하다.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선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 서비스 질이 낮아도 환자에겐 선택지가 없다.

관건은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늘 의료계의 반대를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를 미뤄왔다. 파업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런 이유라면 앞으로도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없다. 또 의사들에게 손해가 될 ‘우려가’ 있는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다. 정부 내에서도 ‘대학 정원 조정에 왜 현직 의사들의 허락이 필요하냐’는 불만도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필수의료 차원에서 그리고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복지위의 간호법 제정안 본회의 직회부 요구 의결로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의·정 협의도 파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간호법은 간호법이고 의대 정원은 의대 정원이다. 정치적 논란이 국민 건강권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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