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있던 규칙들을 지키기만 하면 그 밖의 부분에 집중하지 못한다. 새로운 목적지를 가고 싶으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유누스 재단’ 의장은 13일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약자와의 동행’을 주제로 한 면담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누스 의장은 "빈곤은 시스템의 문제"라며 "지금의 금융제도는 젊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고 지적했다.
유누스 의장은 1973년 방글라데시의 빈민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인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라는 혁명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빈민들에게 소액의 종잣돈을 무담보로 대출해줘 자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이 제도를 확대시켜 1976년 그라민은행을 설립했다. 2006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빈곤층을 도우면서 90%가 넘는 원금 상환율로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빈곤층 자립을 지원하는 모델로 주목 받았다. 현재 유누스 재단에서 빈곤, 실업, 환경 등 과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유누스 의장은 "은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라민은행은 기존의 은행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고 있다"며 "은행은 부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도시에 있다. 또 여자보다는 남자에 치중돼 있다. 그래서 시골로 가서 담보가 없는 분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취약자에게 집중하다 보니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디어는 누군가 특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주어진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유누스 의장은 "자원만 주어진다면 누구라도 기업가가 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은 산소"라고 확신했다.
이어 "금융과 아이디어가 연결되면 가능성이 폭발하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의 대한 주도권을 잡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서 유누스 의장은 민간에서, 오 시장은 공공을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노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변화된 방법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 정책의 필요성과 변화에 공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에서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소득보장제도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안심소득이 현재 기초수급자 혹은 차상위분들에게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안심소득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기 어려워 실험 통해 의욕을 자극하고 독립을 위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효율적인 동기부여가 될지 과학적, 실증적 실험을 통해 그 결과를 비교해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유누스 의장이 성공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언급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지원금을 드리는 건데 그것만이 해법이 아니라 민관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면 아마 금융기법을 활용한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심소득 시스템에 더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부분이 무담보대출 아니겠냐"며 "지금 당장 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유누스 의장은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통한 보조금 차원의 금액이 소셜 비즈니스를 시작할 토대가 된다"며 "성공하면 돈을 벌어 대출을 상환하거나 기부를 하고, 개인의 삶에서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자급자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민간과 공공을 둘 다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선출된 공무원이므로 민간에서도 대표성이 있다"며 "신념을 이루기 위해 공공이든 민간이든 가리지 말고 활용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