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사외이사 제도 개편 작업을 추진하려는 틈을 노려 금융권 노동조합에서 이사회 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9일 낙하산 방지 정관 개정 및 사외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KB금융 노조는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를 노조 추천 사외이사로 내세웠다.
앞서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노조 추천 혹은 우리사주조합 추천 등 형태로 6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냈다. 하지만 모두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KB금융 노조 측은 "임 후보는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노조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만일 KB금융 노조 추천을 통해 사외이사 입성에 성공하면 타 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에선 다음 달 27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정부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맞춰 이사회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를 손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틈을 이용해 노조가 이사회 진출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교체를 앞두고 이사회 기능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사외이사에 대한 지원체계 강화 방안, 이사회 독립성·전문성·다양성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노조의 경영 개입에 금융권 내부에선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KB금융 관계자는 "노조에서 그동안 꾸준히 사외이사 추천을 해왔던 만큼 '올해도 추천을 했구나'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다"며 "막상 노조에선 주주제안 사외이사만이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논리적 근거가 미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