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무역협회 "중국 리오프닝,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
이달 초 대(對)중국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3.4% 줄며 9개월 연속 감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올해 한국 경제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수출이 개선돼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이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35억25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3.4%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6월(-0.8%)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달에도 플러스(+)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수출액은 6월 -0.8%에서 7월(-2.7%), 8월(-5.5%), 9월(-6.7%), 10월(-15.7%), 11월(-25.5%), 12월(-27.1%), 올해 1월(-31.4%)까지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중국 수출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대중국 수출 비중은 22.8%에 달한다. 특히, 우리 수출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해 기준 대중국 수출 비중이 55%에 달해 비중이 매우 크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0.7% 줄었으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정부와 여러 기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의 반등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올해 2분기부터 중국 경제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0.16%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1.6%·정부 기준)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또한 중국경제의 반등이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는 기존 전망치(2.1%)보다 0.3%p 높은 2.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칫 물가를 자극해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봉쇄 기간에 억눌렸던 펜트업 수요(보복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경제 성장을 위해 원자재 구매에 나설 경우엔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중국 방역정책 완화 전개 상황 및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제활동 정상화는 수요회복을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봉쇄 기간 억눌렸던 펜트업 수요가 크게 나타나고, 경제활동 재개로 원자재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무역협회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경제성장 및 상품 생산을 위해 원자재 구매에 나설 경우 주석, 구리, 아연 등의 금속 가격은 물론 콩, 밀 등 농산물 가격급등 가능성이 있다"며 "지나치게 빠른 중국의 리오프닝이 급격한 수요 확대를 불러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면 주요국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리오프닝 효과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리오프닝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중국 경제가 위축할 수 있고, 중국 경제가 향후 내수 중심으로 진행되면 수출 회복 효과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KDI는 "하반기 경기 반등의 주요인이 중국경제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에서 감염병 확산이 충분히 제어되지 못하거나 중국의 부동산시장 하강이 경기에 파급되는 경우,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도 "중국 경제가 내수·서비스 중심으로 재개될 경우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