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정된 기금위에도 안건 상정 불발될 듯
국회 보건위 여야 "탈석탄 선언 2년 넘었는데 아직도…"
연금특위 김성주 "국민연금 기후 대응 현황 평가할 것"
국민연금이 지난해 4월 ‘석탄 투자제한전략’ 용역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탄 기업’ 기준을 정하지 못하자 국회에선 쓴소리가 쏟아졌다.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투자 신호를 기다리는 기업 입장에선 발표가 미뤄질수록 혼란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올해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장기 수익률 제고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회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을 골자로 한 투자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민연금과 기후대응(석탄 투자제한 기준 도입을 중심으로)’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이 주제는 한참전에 시행해야 했고, 현재 평가하고 있어야 하는 시점인데 늦어져서 유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한지가 2년 가까이 됐다. 투자 제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연금은 한국전력 주식을 더 많이 매입하는 등, 탈석탄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탈석탄 제한 기준을 조속히 결단해야 하는 배경에 대해선 “탈석탄 제한 기준을 만드는 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준다”면서 “국민연금이 이렇게 변화한다는 메세지를 주면, 기업들이 스스로가 내부적인 구조를 변경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언젠가 확정해야 하는 기준이라면 조속히 결정해 기업들이 느끼는 ‘정책 불확실성’이라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석탄 투자제한전략’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투자 기준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했을 뿐 여전히 구체적인 탈석탄 투자 기준도 없다. 주로 채권과 주식투자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산업계 반발과 내부 투자 상황이 얽히면서 늦어지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석탄발전 매출 비중이 높은 발전공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경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재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용역을 맡은 딜로이트안진은 기금위에 투자 제한의 기준이 될 석탄발전 매출 비중을 30%에서 50% 사이에서 결정하는 3개 안을 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위 소속인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도 “연금개혁만큼 중요한 이슈가 바로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공적연금으로서 석탄 투자 리스크 관리에 책임감 있게 나서 기금 재정안정성 관리를 해야 한다. 국민의 돈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해 우리 노후에 오히려 위험이 되는 실책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달 28일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석탄투자제한 전략’ 등이 안건으로 상정, 결정되는지’ 묻는 말에 “일정은 조율 중이며 석탄투자제한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달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해를 넘기는 동안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석탄 투자제한전략 기준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투자기업 등 입장을 들었는지’를 묻는 본지 질의에 “전문가 TF를 구성했고, 관련된 부처, 산업부, 환경부 등 의견을 들었다. 한전을 포함한 발전 5개사의 의견은 간접적으로 듣고 있다”며 “직접 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기준 채택을 촉구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투자 제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투자 회수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금의 손실 없이 회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좌초자산인) 석탄 기업 주가가 최근 2~3년 상당히 올랐다. 국민연금이 좀 더 빨리 의사결정해서 해외 투자를 회수했다면 상당히 많은 자금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해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 빅웨이브 공동대표도 “연금이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금운용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 첫걸음으로 탈석탄 선언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금 고갈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국회는 ‘탈석탄 투자 전략’도 다시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서면 축사를 통해 “추계에 따르면 2055년 기금이 고갈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여 안정적인 연금 수급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정교한 석탄 투자제한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 논의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기후 대응 현황을 평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