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다보스서 식량문제 솔루션 주제발표
도시에 들어섰을 때, 이곳이 수천 명의 리더와 수많은 관계자가 몰릴 만한 곳으로 생각되지 않을 만큼 ‘작은 마을’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보스에서 도시 역할을 하는 면적이 여의도의 두 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얼마나 아담한 곳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작은 곳에서 그동안 좁았던 시야가 전 세계로 확 트이는 운명적인 경험을 했다. 그곳에서 1주일간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운이 좋게도 다보스포럼 첫 참가에서 연설할 기회를 얻었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먹거리를 혁신해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디지털화가 필수이고,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해 농업 관계자 모두가 머리를 맞댈 솔루션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랬더니 관행에 의존하는 기존의 농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수혜를 농업 분야도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루아침에 몰려오는 농업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연결’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솔루션을 찾아 고심하는 뛰어난 인재들이 무수히 많았던 것이다.
스피치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각국의 장관급 인사, 글로벌 기업 CEO들과 순조롭게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카타르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UAE의 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흔히 곡물계에서 ABCD 기업이라고 불리는 세계 4대 곡물 메이저 기업 중 하나인 ‘루이 드레퓌스’, 그리고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까지, 수십 명의 인사들과 면담을 했다. 특히 물과 식량이 부족한 중동, 아프리카 국가, 농업이 주력 산업인 헝가리 등은 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스마트팜 솔루션을 통한 식량 생산과 수출 방안,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보유한 농식품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를 원했다. 당장 구체적인 사업을 검토해 보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에서 수많은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직감이 드는 건 당연했다.
스타트업 해법 찾기, 글로벌서 모색
세계 무대에서 한층 더 높아진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위상도 ‘한국의 밤’ 행사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각국의 만찬 행사가 경쟁적으로 열렸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외국 관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함께 자리했던 한 외국 정부 인사는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인정하면서, 자국에 기술 전수와 투자를 해달라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글로벌 세계가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글로벌 한 기회가 이렇게 많고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세가 이럴진대, 필자는 그동안 한국에 갇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만 가지고 글로벌 무대에서 사업을 기획하고 확장해 나갔다면 지금의 회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글로벌을 향한 시야, 사고 확장의 중요성을 알았으면서도 왜 ‘우물 안의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던가. 다보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하는 길에 필자의 머릿속은 탄식으로 가득 찼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와 스타트업 업계는 글로벌 자금 경색 등 어려워진 사업 환경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 전반에 걸쳐 매서운 시선을 보내고 있고, 단기간에 상황을 급반전할 전기를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답의 일부는 반드시 글로벌 무대에서 찾고 싶다. 위기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똘똘한 솔루션에 대한 응답을 글로벌 동지와 파트너사들이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인류의 안정적인 먹거리 보장을 위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한 농식품 디지털 플랫폼을 반드시 가동시키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였다.
여러분들에게도 권한다. 세상 저편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 여러분의 비전을 더욱 탄탄하게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회와 자원은 무한히 열려 있다. 언젠가 필자와 함께 스위스 다보스로 날아가거나, 또 다른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거목들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논할 날도 오기를 기원해본다.